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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개취 갤러리 (9) 마네로부터-1

  • 기사입력 : 2017-07-28 16: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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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21세기, 밀레니엄 시대를 코앞에 두었던 당시 나는 부산 해운대에 있는 부산시립미술관을 찾았다.

    미술관에 가서 직접 그림을 보고 감상문을 제출하도록 하라는 미술 선생님의 과제 때문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나는 미술에 대한 별다른 관심도 없었거니와 주로 교과서나 책으로 그림을 접하면서 "책이나 벽에 걸린 그림이나 별다를 게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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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슨 폴록 作 'number-32'. /구글이미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찾았던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어느 작가의 추상 회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팸플릿과 그림을 소개하는 벽보에는 작품 의도와 주제 등이 소개돼 있었는데 어려운 용어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그림들이 죄다 점 하나가 찍혀 있거나 온통 검은색 등으로 칠해진 채, 버젓이 미술관 한 벽면에 따뜻한 조명을 받으며 고고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모나리자' 같은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나로서는 너무나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메인이미지레오나르도 다 빈치 作 '모나리자'. /구글이미지/

    '나도 저정도면 그릴 수 있겠다!'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린 거지?' '혹시 발로 대충 그린거 아닌가?' 등 별별 생각이 사춘기의 예민한 성격과 합쳐졌고, 당장 미술관을 뛰쳐나가도록 나를 채찍질 했다. 그렇게 나는 30분도 안 돼 미술관을 빠져나왔다.

    결국 나는 미술 선생님이 냈던 과제를 제때 내지 못했고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때부터 나는 미술이 싫어졌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고 휴학을 하고 군대에 가고 제대를 했다.

    입학을 반학기 정도 남겨둔 시점에 나는 한 서점에서 아르바이트했다. 학비를 스스로 벌어볼 심산이었다.

    그곳은 부산에서도 규모가 꽤 큰 서점이었다. 나는 음악과 미술 관련 서적을 담당하는 직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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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비치 作 '검은원'. /구글이미지/

    서점에서 일한다고 책을 읽을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다. 주로 책을 정리하고, 고객이 원하는 책을 찾아주고, 발주를 넣고, 무거운 짐을 옮기고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당연히 책 펴볼 시간 조차 없다. 어느날, 오래되거나 훼손된 책을 정리해야 하는 일이 주어졌다.

    책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겉표지뿐만 아니라 책장도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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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로스코 朴 '무제' (Yellow, Orange, Yellow, Light Orange). /구글이미지/

    그렇게 책을 펴보던 중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보게 됐다. 평면에 네모 모양의 그림. 중학교 때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봤던 그때의 추상 회화와 별다를 게 없었다.

    10년 정도가 지났는데도 마주했던 그 그림은 여전히 난해하게 다가왔다.

    중학생 때는 그 어려움을 회피했다면 대학생이 된 나는, 그것도 군대도 전역한 자존감(?) 충만한 나는 그림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했다. "반드시 이해하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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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주의 미술가 마네. /구글이미지/

    그렇게 추상 회화의 이해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에 돌입했고, 그 시작이 인상주의 미술가 마네(Edouard Manet, 1832.1.23 ~1883.4.30)였다는 글을 읽게 됐다. -2편 계속-  고휘훈 기자 24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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