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거부의 길] (1142) 제19화 대통령선거 72

“엄마는 우리 없어서 어떻게 지냈어?”

  • 기사입력 : 2017-07-28 07:00:00
  •   
  • 메인이미지


    비행기 티켓을 끊고 심은지와 전은희에게 갤러리를 부탁하고, 윤석호를 만나 미국에 다녀오는 이야기를 하면서 설레기 시작했다. 여행이란 확실히 즐거우면서도 긴장이 되는 것 같았다. 여행준비를 하느라고 일주일이 바쁘게 지나갔다.

    서경숙이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긴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여 LA에서는 이틀만 보내고 캐나다의 로키산맥으로 가기로 합의했다.

    ‘로키산맥을 가게 될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티켓이 없었기 때문에 싱가포르항공 표를 끊었고,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1등석을 끊었으나 대신 편안하고 쾌적했다.

    옆자리에는 금발의 젊은 사내들이 타고 있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자 선교사들이라고 했다. 좌석이 없어서 1등석을 탔다고 말했다.

    서경숙은 선교사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한국에서 선교 임무를 마치고 미국에서 한 달 정도 쉰 뒤에 캄보디아로 갈 것이라고 했다. 그들과 한 시간쯤 이야기를 하고, 영화를 보고 잠을 잤다. 비행기에서 시간을 보내는 유일한 방법은 잠을 자는 것이었다.

    잠에서 깨어나자 기내식을 먹고 신문을 뒤적거리다가 다시 잠을 잤다. LA까지는 대략 11시간에서 12시간이 걸린다. 몇 번이나 잠에서 깨고 다시 잠이 들고 했다. 공항에는 LA 시간으로 오후 5시에 도착했다. 수속을 마치고 나오자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아.”

    “소희야.”

    서경숙은 이산가족을 만난 것처럼 딸 소희를 포옹했다.

    “엄마.”

    아들 지훈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우리 아들 잘 지냈어?”

    “나야 잘 지내고 있지. 엄마도 더 젊어진 것 같은데?”

    “정말?”

    “그럼.”

    지훈이 유쾌하게 웃었다. 아이들은 1년 만에 부쩍 자란 것 같았다. 소희가 열아홉 살이고 지훈은 열여덟 살이었다.

    “엄마는 우리 없어서 어떻게 지냈어?”

    소희가 서경숙의 팔짱을 끼고 지훈이 가방을 끌고 공항을 나왔다. LA공항은 미국인들로 들끓고 있었으나 한국인들도 더러 보였다. LA지역에는 한인들이 수십만명이 살고 있었다.

    “엄마도 바빴어. 로비스트 일도 좀 했고 대통령선거도 좀 돕고….”

    “로비스트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면서?”

    “엄마 아는 사람들이 도와준 거야.”

    서경숙은 미소를 지었다. 주차장에는 지훈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LA 교외 힐사이드에 살고 있었다. 숲이 울창하여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공항에서 40분 정도 걸렸다. 시차와 비행 때문에 피로했으나 아이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몇 시간 동안이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자 한밤중이었고 LA 시간으로 새벽 3시였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