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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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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울린 시, 여기 다 있네

■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문학과지성 시인선’ 500호 기념 시집 출간
황동규·황지우 등 65명 대표작 130편 묶어

  • 기사입력 : 2017-07-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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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0여 년간 한국 현대시사에 선명한 좌표를 그려온 ‘문학과지성 시인선’이 어느덧 통권 500호를 돌파해 기념 시집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를 출간했다. 1978년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로 시작한 문지 시인선은 시인 211명의 시집 492권과, 시조시인 4명의 시선집 1권, 연변 교포 시선집 1권, 평론가 10명이 엮은 기념 시집 6권 등으로 이뤄진 한국 최초, 최대 규모의 시집 시리즈이다.

    최근 통쇄 82쇄를 돌파한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에서부터,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통쇄 63쇄), 이성복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52쇄), 최승자의 <이 시대의 사랑>(46쇄) 등 당대의 굵직한 베스트셀러이자 꾸준한 스테디셀러들을 다종 보유하고 있다.

    격동의 역사와 함께 꾸준히 변화해온 문학의 현장 한복판에서 인간과 삶에 대한 본질적 탐문을 참신한 언어와 상상력으로 묻고 답해온 많은 시인들의 뜨거운 열정이 담긴 문학적 사건으로서 문학과지성 시인선은 2017년 여름 500호를 맞았다.

    문학과지성사는 시인선에 100권의 시집이 추가될 때마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한 앤솔러지(시나 소설 등의 문학 작품을 하나의 작품집으로 모아놓은 것) 시집을 출간해왔다. 100호 시집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김주연 엮음, 1990)를 시작으로, 100번대 시집들의 서시(序詩)만을 묶은 <시야 너 아니냐>(성민엽 정과리 엮음, 1997), 200번대 시집들에서 사랑에 관한 시를 고른 <쨍한 사랑 노래>(박혜경 이광호 엮음, 2005), 300번대 시집에서 ‘시인의 자화상’을 주제로 시인들의 자선작을 모은 <내 생의 중력>(홍정선 강계숙 엮음, 2011)이 차례대로 출간됐다. 시인선이 시작된 지 12년 만에 100호가 출간된 이래, 약 6~8년 주기의 속도로 100권씩 시집이 누적돼 왔다.

    발문에서 평론가 조연정이 지적했듯, 지난 40년간 한국 사회에서 문학의 위상이, 특히 시의 위상이 어떻게 축소돼왔는지를 생각해보면, 일정 기간 동안 큰 편차 없이 차곡차곡 시집을 출간한 일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또한 올해 출간된 도서를 포함한 시인선 전체 499권 중 약 88%에 해당하는 439권이 한 회 이상 중쇄됐다는 사실은, 문학과지성 시인선이 자족적인 수준에 머무른 것이 아닌 독자와 세계를 향해 꾸준히 나아갔다는 증거라고 읽힐 만하다.

    500번째 시집이자 시리즈 내 전종을 대상으로 기획된 기념 시집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는 초판이 출간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세월에 구애됨 없이 그 문학적 의미를 갱신해온 시집 85권을 선정해 편집위원을 맡은 문학평론가 오생근, 조연정의 책임하에 해당 시집의 저자인 65명의 시인마다 각 2편씩의 대표작을 골라 총 130편을 한데 묶었다.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시의 위기론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시를 읽는 독자들이 점차 감소돼온 오늘날, 시를 오직 시 쓰는 사람과 문학 애호가 일부에게만 가치 있는 것으로 치부하는 기류도 적지 않다. 또한 많은 예술 종사자들이 겪듯 부족한 사회적 안전망 탓에 시인들의 생존 자체도 위협받는 실정이다.

    한편 억압 없는 삶의 가능성을 상징해온 시를 장르 자체로 신비화하거나 시인 자체를 낭만화해 누군가에게 억압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한 일도 뼈아프게 지적됐다.

    ‘무용한 것의 쓸모’, 권력과 무관한 존재로서 읽고 쓰는 이들을 해방되게 하는 예술로 오래 함께해온 시는 여러 당면 과제를 안은 채 우리 앞의 시간들을 치열하게 살아나가야 할 것이다.

    오생근·조연정 엮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8000원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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