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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41) 제19화 대통령선거 71

‘세상에 종말이 온 것 같구나’

  • 기사입력 : 2017-07-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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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은 임준생과 나란히 앉아서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내비게이션에 이상한 게 좀 있더라고….”

    “어떤 점이요?”

    “내비게이션이 민자도로로 자동차를 안내하는 것 같아.”

    “왜 그럴까요?”

    “민자도로는 유료잖아? 일부러 그쪽으로 유도를 하는 것 같아.”

    “한번 조사를 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요즘에는 운전자들이 모두 내비게이션에 의지하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이 잘못 인도하면 길도 멀고 불필요한 통행요금까지 내게 되는 것이다.

    “호텔은 어때?”

    “속초 호텔이요? 너무 좋았어요.”

    “바다 위에 있는 것 같지?”

    “네. 그러잖아도 바닷가인데 높아서 바다 위에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오픈을 하면 놀러와.”

    “당연히 가야죠. 해수욕장도 개장했잖아요?”

    이미 전국의 해수욕장이 개장하여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고 있었다. 서경숙은 아이들이 있는 미국에 2주일 정도 다녀와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이들도 방학을 하여 집에 있거나 도서관에 다닌다고 했다.

    임준생과 지내는 밤은 은근한 쾌감이 있었다. 와인 한 병을 다 마셨을 때 임준생이 그녀를 안고 침대로 갔다. 그녀는 임준생의 목에 두 팔을 감고 유쾌하게 웃었다.

    밖에는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서경숙은 눈을 감고 그를 받아들였다. 사랑은 달콤한 것이다. 사랑은 쾌락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서경숙은 그의 등을 껴안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입맞춤은 길었고 살과 살이 밀착되자 몸부림을 쳤다.

    사랑은 왜 이렇게 좋은 것일까.

    사랑의 끝은 어디인가.

    한 번쯤 그 끝에 이르고 싶었다. 사랑으로 맹렬하게 타버리고 싶었다.

    사랑이 끝났을 때 빗소리가 뚜렷이 들리고 천둥번개가 몰아쳤다.

    ‘세상에 종말이 온 것 같구나.’

    서경숙은 샤워를 한 뒤에 목욕타월을 두르고 천둥번개가 몰아치는 것을 구경했다.

    서경숙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야 잠을 잤다. 이튿날 오후에 아이들과 통화를 했다. 아이들이 로키산맥으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서경숙은 다음 주에 미국에 갈 수 있을 것 같으니 다시 스케줄을 의논해 보자고 말했다. 아이들과 통화를 끝내고 윤석호와 통화를 했다. 윤석호는 처음 만났을 때 그와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기 때문에 호의적으로 나왔다. 미국에 가기 전에 차나 한잔 마시자고 했다. 윤석호가 까다롭지 않아 다행이었다.

    윤석호와 통화를 끝내고 항공회사에 전화를 걸어 표를 끊었다. 성수기인데도 다행히 월요일에 떠나는 표가 있었다.

    비행기 표가 확보되자 서경숙은 다시 딸 소희에게 전화를 걸어 도착시간을 알려주었다. 소희는 스케줄을 자신이 짜겠다고 말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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