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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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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식의 도를 담다 - 화려한 밥상 오해와 진실

한식학자가 한식 기원·변천사 등 소개
잘못 알려진 연회 궁중상차림 등 규명

  • 기사입력 : 2017-07-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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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한식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우리 선조인 맥족이 재배한 콩으로부터 한반도의 장문화가 탄생했다는 사실, 300년 전 고추 전래로 비로소 김치 형태가 완성되고, 이로써 형성된 매운맛 선호가 각종 탕과 무침을 비롯한 수많은 한식 찬품을 탄생시켰다는 음식 변천사는 흥미롭다. 우리의 밥상차림이 중국 흉노족과 고대 한나라의 밥상에 그 연원이 있다는 식문화사적 계보도 재미있다. 우리 민족이 무속신앙의 역사가 오랜 만큼 제의음식이 발달했고, 궁중음식이 곧 제의음식이라고 할 정도로 한식에 제의적 요소가 깊게 투영돼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들린다.

    ‘한식의 도를 담다’는 평생 한식의 계보를 추적해온 한식학자 김상보의 음식 이야기다.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식문화사 흐름 속에서 한식의 정통성을 구명해온 학자의 올곧은 음식문화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식 연구를 위해 고대 동아시아 식문화사, 비교문화, 종교민속론, 재배학, 전파교류사까지 파고들며 한식의 기원과 변천사를 규명했다. <주역>, <의례>, <제민요술>, <고려사절요>, <진연의궤>, <진찬의궤>, <조선만화> 등 한·중·일을 넘나드는 고문헌 연구가 그 토대가 됐다. 가장 빛나는 업적은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의 이두와 한문을 장장 3년간 해독해 각종 연회에 올랐던 궁중 상차림의 진실을 밝혀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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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조의 7첩 반상(왼쪽)과 5첩 반상. ‘시의전서’에서 조선 임금에게 매일 올렸다는 12첩 반상과 다르다.

    우리 선조들이 영위해온 한식문화는 주식과 부식이 뚜렷이 구분되며, 국과 밥의 기본 차림이 기타 반찬의 가짓수와 종류, 상차림의 구성까지도 결정하는 독특하고 유기적인 밥상차림을 보여준다. 쌀로 밥을 지어 주식으로 삼고, 국의 양념을 위해 일찍이 콩을 발효시켜 간장과 된장을 만들었으며, 어패류로 젓갈을 삭혀 식생활에 활용하는 등 발효식품, 저장식품이 발달한 고유한 식문화를 형성해왔다.

    한식의 뛰어난 가치는 그 속에 깃든 사상과 정신이다. 나물 한 가지를 만들어도 양념과의 조화가 우선이었다. 식재료 선택과 조리법은 음양조화(陰陽造化, 동물성과 식물성을 조화롭게 먹을 것, 음과 양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먹을 것), 오미상생(五味相生, 5가지 맛을 균형 있게 먹을 것), 오색상생(五色相生, 5가지 색을 알맞게 먹을 것), 소의소기(所宜所忌, 적당히 골고루 섭취할 것), 이류보류(以類補類, 동물의 특정 부위는 사람의 특정 부위에 좋다)의 원리에 기초했다. 음식을 단순한 음식이 아닌, 자연과 인간의 섭리를 담은 정신적 가치로 환원했다. 식(食)에 담은 이런 사상은 약식동원으로 요약되며 수많은 약선음식을 탄생시켰다. 제대로 만들어진 한식은 약선음식에 충실한 음식이었으며, 잘 먹으면 불로장수가 가능해진다. 오늘날 한식 세계화, 한식의 계승과 발전을 도모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정작 한식에 숨어 있는 정신과 가치, 정확한 한식 조리법과 올바른 한식문화에 대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다. 정통성 있는 한식을 만드는 사람도 없거니와 한식 연구도 걸음마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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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한식이 진정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것부터 묻고 한식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구명하는 폭넓은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오랜 세월의 풍화를 견디며 5000년 민족의 삶과 함께해온 한식의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전통 한식에 대한 정확한 고증과 다면적인 이해를 통해 우리 한식문화를 정립해 나가야 진정한 한식의 미래가 있다. 김상보 지음, 와이즈북 펴냄, 1만9000원.

    양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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