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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 어질용문(魚質龍紋)- 물고기 바탕에 용 무늬. 속은 보잘것없으면서 겉은 그럴듯하다

  • 기사입력 : 2017-07-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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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아는 교수와 같이 서울의 이름 있는 사립대학에 근무하던 어떤 교수가 노태우(盧泰愚) 대통령 말기에 국무총리를 지낸 적이 있다.

    그분은 서울 시내 유명대학 교수로 있다가 서울의 다른 유명대학의 이사장과 줄이 닿아 총장으로 뽑혀갔다. 총장을 마치자 서울 근교에서 대학을 세워 운영하던 친구가 다시 총장으로 모셔갔다. 두 군데 대학의 총장을 지내다 보니 어느덧 교육계의 거물이 되어 전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까지 맡게 되었다.

    그런데 필자가 아는 교수의 이야기로는 국무총리가 된 그분은, 학문적 업적이 전혀 없고, 인격이 그렇게 훌륭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 제자 한 사람이 대통령과 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서 최측근이 되는 바람에 총리까지 올라갔다.

    한국과학기술원의 대단히 유명한 물리학 교수가 자기가 전공하는 물리학을 아들이 대를 이어 했으면 좋겠다 싶어 고등학생인 자기 아들에게 “아버지처럼 물리학을 전공하면 어떻겠느냐?”라고 물었다. 아들은 “아들 용돈도 옳게 못 주면서 아들 보고도 그것 하라고?”라고 쏘아붙였다 한다.

    교수의 월급이 다른 공무원들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책 사고 실험기구 사고 자료 수집하고, 학회비 내고 학회 다니고 하다 보면 자기 월급을 연구에 다 써도 부족할 지경이다. 연구비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 연구비는 원칙적으로 사적인 용도로는 못 쓰게 되어 있다.

    가족이 이해하면 그래도 낫지만, 교수라는 명예와 상당한 월급을 기대하고 결혼한 배우자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연구라는 것은, 그저 붓을 잡고 논문을 쓰면 되는 것이 아니고, 붓을 잡고 논문을 쓰게 되는 단계까지 가는 것이 더 어렵다. 혼자서 외롭게 연구대상을 찾아서 가설(假說)을 세우고 자료를 모아 수정하고 또 수정해 마침내 결론을 내린다. 조금 부족한 논문을 발표하면 사방에서 무서운 공격이 들어온다. 좋은 논문이라고 상을 받는 논문은, 논문 그 자체의 수준보다 여타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사논문은 적어도 5년 내지 10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5차의 심사를 거쳐 통과되는 업적인데, 논문을 써 본 경험자는 알겠지만 전공자가 초긴장 속에서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장관, 국회의원, 회사 사장 하면서 어떻게 박사논문을 쓰는지 신기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하면서 교수들을 많이 발탁했는데, 거의 전부 논문표절 음주위반 부동산투기 겸직 등등의 시비에 휘말렸다.

    자기 직분에 충실한 교수가 언제 대통령 선거유세에 따라 다니고, 부동산 투기할 틈이 있겠는가? 교수라는 명예를 이용만 하고 교수의 본분에는 충실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자기 직분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많은 정상적인 교수들까지 욕 먹이는 것이다.

    *魚 : 물고기 어. *質 : 바탕 질.

    *龍 : 용 룡. *紋(文) : 무늬 문.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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