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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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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그에게 찍히면 전국 뉴스… 김용만 함양군청 주무관

보도사진 매력 빠져 언론사 입사
사진기자로 10여년간 활동

  • 기사입력 : 2017-07-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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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한 장의 힘은 위대하다.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지만 한 사람의 기억 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도 하고, 때론 역사를 바꾸는 일도 벌어진다. 최루탄이 박힌 참혹한 모습으로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김주열군의 사진은 이승만 정권을 끌어내리는 4·19혁명의 기폭제가 됐고, 학교 교문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최루탄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진 연세대 이한열군의 사진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역사를 바꾼 사진은 아니더라도 빛바랜 사진첩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나 돌아가신 아버지를 봤을 때 한 장의 사진은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도 슬프게도 움직이는 힘을 보여준다.

    메인이미지김용만 함양군 주무관이 기획조정실에서 군정 홍보 사진 작업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함양군청 기획조정실에서 군정 관련 기록물과 홍보자료 촬영을 담당하는 김용만(49) 주무관. 그의 사진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전국 일간지 주요 지면에 게재되면서 함양군도 홍보하고 지역 농민도 살리는 대단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사진이 일간지에 게재된 건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korea clickers)에도 그가 찍은 사진이 ‘함양군 제공’으로 영문 설명을 곁들여 실려 전 세계로 알려지고 있다.

    군청 홍보실에서 제공하는 만큼 일간지에는 그의 이름이 아닌 ‘함양군청 제공’으로 실린다. 혹 눈에 띄는 사진 밑에 ‘함양군청 제공’이라고 적혀 있다면 100% 김용만 주무관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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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태·농특산물 소재지만 사람이 중심

    그의 사진 속 주제는 일반인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원앙, 담비, 수달, 하늘다람쥐 등 천연기념물 혹은 멸종위기종이거나 곶감, 양파, 오미자, 복숭아, 복분자, 포도, 사과, 블루베리 등 함양에서 생산하는 지역 농특산물이다.

    그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과 사진영상미디어를 전공했다. 많은 기업으로부터 입사 유혹도 있었지만 보도사진에 대한 매력 때문에 언론사에 입사했다. 신문사와 통신사를 거쳐 사진기자로 10여 년을 활동하다가 지난 2010년 우연한 기회에 함양군청과 연을 맺으며 공직생활을 하게 된다.

    사진기자로 현장 속에서 다양한 사건과 사람들을 만나던 그에게 함양군청에서의 군정기록관 역할은 지루했다. 그는 상사에게 함양군과 관련한 다른 스케치물을 많이 찍어 홍보해야 다른 시군과 차별된다고 얘기를 하고 이해를 구했다. 함양군도 그런 김 주무관에게 자치단체 홍보실용으로는 흔하지 않은 400㎜ 렌즈도 구입해줬다.

    그는 군정홍보 기록 촬영 외에 틈만 나면 함양 곳곳을 찾아다녔다. 특히 지리산 자락에 있는 함양군에는 수달과 원앙, 하늘다람쥐 등 천연기념물과 다양한 생태가 있어서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그를 더 부지런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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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정 기록과 홍보 사진을 촬영하는 김용만 주무관이 상림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 판매 대박 터뜨리는 사진들

    농촌이 대부분인 함양지역의 특성상 지역 농특산물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역 농민들이 오디를 수확하는 장면을 담았고, 이 사진이 다수의 전국 일간지에 소개된 이후 뜨거운 반응이 일어났다. 이 사진을 계기로 오디 재배 농민에게 방송 출연 요청이 잇따랐고, 전국 각지에서 판매요청이 쏟아져 독자와 생산자 간 직거래 길을 열어주며 농가 수익에 큰 보탬을 주고 있다.

    함양읍 병곡면 오디마루 농장주 김철수(63)씨는 “김 주무관은 항상 우리 지역 농민들을 생각해 사진을 찍어준다. 덕분에 완전 대박 터트렸다”고 고마워했다.

    김 주무관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특산물을 찾아 환하게 웃는 농부와 함께 담아내면서 함양지역 농산물 소개와 판로 개척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로 인해 지자체와 관련한 각종 홍보교육에서는 함양군의 공무원이면서 자신의 특기인 사진을 활용해 함양군정과 지역 농특산물을 홍보하고 성과를 내는 그를 모범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김 주무관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빠지지 않는 것이 사람이다. 특산물을 수확하거나 봄나물을 캐는 사진 속에도 늘 환하게 웃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사람이 중심이다. 늘 아이 같은 품성으로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그의 인간미가 사진에 그대로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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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주무관은 요즘 사진 외에 기타에 푹 빠졌다. 객지인 함양군에 근무하게 되면서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학창시절 다루던 기타를 다시 치기 시작했다. 지역 통기타 동아리에 가입해 정기공연도 하고 지역축제나 장애인·노인복지시설을 찾아 위문공연도 벌이며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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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만 함양군 주무관. /김승권 기자/

    김 주무관은 “오랫동안 기자생활을 하다 보니 공무원이 되면서도 뭔가 다른 것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함양군과 농민을 모두 홍보할 수 있는 사진을 찍게 만든 것 같다. 사진 속에 늘 사람이 있는 것도 아직 남아 있는 기자생활의 습성인 것 같다. 앵글 속에 사람이 빠지는 게 이상하다”면서 “앞으로 언론에 보도된 사진을 모아 전시회는 물론이고 기타 공연 때 지금까지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함께 배경이 돼 어우러진 그런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카메라를 메고 함양의 살아 있는 기록을 담아내기 위해 어디론가 부지런히 발품을 팔러 간다.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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