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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미혼모- 김희진 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17-06-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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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부산의 한 가정집에서 갓 태어난 아기 시신 2구가 냉동된 채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시신을 유기한 사람은 아기의 엄마로 각각 지난 2014년과 2016년 출산한 후 아기를 방치해 사망하자 냉동실에 보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정한 엄마는 경찰에 미혼모라 무서웠고 키울 여력이 안 돼 아기를 방치해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다.

    ▼미혼모는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임신해 아기를 낳는 게 정상적인 순서라고 여기는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란 대표적인 주홍글씨 중 하나다. 미혼모가 된 전후 사정에 상관없이 결혼하지 않은 몸으로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사실에 손가락질하고 수근거린다.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아기 수가 줄지 않는 데는 ‘미혼모 가정은 비정상적’이라는 사회적 선입견과 차가운 시선도 크게 한몫한다.

    ▼세계적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세 아이를 키우는 미혼부다. 호날두가 여섯 살 난 첫째에 이어 최근 대리모를 통해 쌍둥이를 출산했다고 포르투갈과 영국의 언론 등이 전했다. 호날두가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낳았는지에 대한 세계인의 호기심은 많지만 어느 누구도 호날두에게 왜 결혼하지 않고 엄마 없이 아이를 셋씩이나 낳았느냐고 비난하지 않는다. 호날두는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가족을 구성했을 뿐이다.

    ▼가족을 구성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바로 남녀가 결혼해 임신하고 출산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만이 옳다 고집하기엔 세상이 많이 변했다. 남녀 모두가 비혼 상태로 아이를 가질 수 있고, 동성커플도 가족을 이룰 수 있으며 이들 역시 나라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동반자등록법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지만 사회적 공감과 정책적 뒷받침은 여전히 멀리 있다.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세우고 예산을 투입하는 것처럼, 그 이전 단계인 가족을 구성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인식 전환을 돕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김희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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