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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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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17) 제19화 대통령선거 47

“두렵지 않았어?”

  • 기사입력 : 2017-06-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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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대한이 옆에 와서 앉았다.

    “강태공은 80이 될 때까지 시간을 낚았다고 하는데 신기해.”

    서경숙도 강태공을 잠깐 생각했다. 강태공은 중국에서 신선으로 불리고 춘추전국시대 제나라를 창업한 인물이기도 했다. 주나라의 무왕을 도와 중국 천하를 평정한 인물로 무경칠서(武經七書)의 하나인 육도(六韜)를 편찬했다고 알려져 있기도 했다.

    “강태공의 일화는 너무 초조해하지 말라는 뜻 아닌가요?”

    “그렇지. 많은 사림들이 강태공의 일화로 위안을 삼았지. 그런데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 이야기는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하지.”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가 누구예요? 재미있네.”

    “그는 평생 동안 1분 1초를 아껴 쓴 사람이야. 강태공과는 비교가 되지. 동양과 서양이 비교가 된다고나 할까.”

    서경숙은 장대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시간을 보는 관점이 동양과 서양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장대한이 그녀를 안아서 입술을 포갰다. 서경숙은 눈을 감았다. 그의 애무가 점점 농밀해지고 있었다.

    귓전으로 강파도소리가 들리고 맨살을 스치는 바람결이 부드러웠다.

    살과 살이 부딪치고 언제나처럼 아찔한 쾌감이 그녀를 기분 좋은 흥분으로 이끌었다.

    “두렵지 않았어?”

    장대한이 그녀에게 엎드려 물었다.

    “왜요?”

    “낮에 야외에서 사랑을 하는 건….”

    “여기는 사유지라 올 사람이 없잖아요?”

    서경숙은 장대한을 끌어안았다. 그를 몸속에 깊이 받아들이자 기쁨 속에서도 어떤 슬픔 하나가 느껴졌다. 숲은 깊고 울창했다. 낚시도구를 거두고 점심을 먹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평일인 탓인지 산을 오르는 사람도 없었다.

    “관장님, 일본에서 박윤수 화백의 아들 박선호씨가 왔습니다.”

    갤러리의 심은지가 전화를 걸어왔다

    “공항에 도착했나?”

    “네. 최 기사님 차를 타고 서울로 가고 있습니다.”

    박윤수가 한국에 온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심은지와 최명수에게 영접하라는 지시를 했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예약한 호텔로 모시고 저녁에 약속시간 잡아줘. 저녁식사를 할 수 있게.”

    “네.”

    심은지가 대답을 했다. 서경숙은 심은지와 통화를 마치고 장대한에게 박윤수 이야기를 해주었다.

    “경숙씨는 운이 좋은가 봐.”

    장대한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도 박윤수의 그림에 대해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도 좋다고 생각해요.”

    서경숙은 웃음이 터졌다. 최근에 그녀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유쾌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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