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교단 칼럼] 선입견을 융합으로 바꾸는 교단 이야기

  • 기사입력 : 2017-06-23 07:00:00
  •   

  • 어느 봄날 신입생들의 입학으로 새 학기가 시작됐다. 여느 때와 같이 나는 교사로서 새내기들의 약간은 어설픈 학교생활 적응을 도우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항상 불만족으로 가득하고 학교적응이 전혀 되지 않는 한 학생과 마찰이 생겨나게 됐다. 겉으로 보기에도 충동을 통제하지 못했고, 분노 관리에 문제가 많은 학생이었다.

    한 달이 지나고, 또 그렇게 두 달이 지나도 그 학생의 태도는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비례해 나의 인내심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메인이미지

    학생에 대해 칭찬도, 벌도 의미가 없는 것인지에 대해 나 스스로 많은 질문을 반복하고 있는 그때, 수업 중 잡담을 하고 있는 그 학생을 발견했다.

    수업 도중에 나는 “별 시덥잖은 자신만의 잡담 대신에 우리가 하고 있는 토론에 참여하지 그래?”라고 했고 그와 함께 그는 의자에서 용수철처럼 일어나서 욕설을 포함한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지껄이고 교실을 나가 버렸다. 그 일은 쉽게 묵과될 수 없었기에 징계처분이 내려졌고 일주일 동안 교내봉사를 받게 됐다. 징계가 끝나는 날 나는 그를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짧지만 진심을 담아 말을 건넸다. “잘 지내자, 함께 계속 가자, 결코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그 아이는 내켜하지 않는 듯했지만 내 얘기를 묵묵히 듣고 수긍해 줬다.

    작은 말을 건넨 것이 전부였지만, 그 시점부터 그 아이는 변화된 학생이었다. 수업에 귀를 기울이며 답변을 하는 모습을 통해 똑똑한 학생임을 서서히 알게 됐다. 교실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싸움을 중재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었고, 건들건들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내면이 순수한 어린 양 같은 학생이었다. 일 년이 지나고 다음 해 학기가 마무리돼 갈 때 즈음, 그 아이가 편지를 한 통 보내왔다. 나와 함께 보낸 한 해가 얼마나 좋았는지에 대해 많이 느끼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편지를 가지고 있으며 교사로서 나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생길 때마다 꺼내보곤 한다.

    돌이켜보면, 누군가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기로 결심한 그 순간 나는 진정한 교사로 태어났다. 나는 학생들이 자기 자신만의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 누구도 학교를 등지고 살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학생들에게 자기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면 무한한 잠재력이 쑥쑥 커간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우리는 첫인상을 가지고 섣불리 판단을 하거나 추정을 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상대방이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한 학생에 대한 1톤의 복잡한 생각이나 선입관적인 계산보다, 작은 1그램의 사랑으로 그들에게 용기를 주는 일, 그것이 교사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남에 대한 선입견을 융합적으로 바꿔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아름답다! 이금주(창원남고 교사)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