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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슈퍼우먼 방지법-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 기사입력 : 2017-06-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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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킹맘이 된 후 필자에게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그럼 아이는 누가 돌보나요?” 답변은 늘 서두르듯 튀어나온다. “부모님이 봐주세요.” 여지없이 변명하는 모양새다. 대화는 대체로 ‘어린 아기를 시설에 맡기고 일하는 게 아니라 다행이다’로 마무리된다. 일을 위해 아이를 맡기는 것이 죄도 아니고, 질문 의도가 추궁이 아닌데도 매번 저자세다. 엄마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내면 깊이 박혀 있는 걸까. 스스로가 한심해 한숨을 쉬며 생각한다. 과연 아이 아빠도 이런 질문을 받을까.

    ▼한국에서 가장 불행한 집단이 고소득 워킹맘이라고 한다. 2016년 서울연구원이 결혼 유무와 성별 소득수준 등을 기준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행복감이 가장 높은 그룹은 미혼 남성, 행복감이 가장 낮은 그룹은 기혼 여성이었다. 여성 직장인이 결혼으로 느끼는 행복감은 소득이 낮을수록 컸는데, 고소득일수록 근무시간이 길었다. 싱글 남녀의 행복지수가 결혼한 사람보다 높은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전투육아’와 ‘독박육아’란 신조어가 젊은 엄마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여성에 가중되는 육아 현실을 꼬집는 신조어다.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남성이 늘었다지만, 육아노동은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인식된다. 책 ‘모성애의 발견’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이가 있는 여성은 자신의 인생을 바꿔야 하는데, 아이가 있는 남성은 생애의 한 시기만을 바꾼다.’

    ▼문재인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국정운영 3대 과제로 선정했다. 지난 정부는 10년간 80조원을 저출산에 투자했지만 실패했다. 보육료 지원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방증한다. 많은 여성학자들은 아빠들의 역할 변화 없이는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슈퍼우먼 방지법’이 반가운 이유다. 인간은 누구나 보다 행복한 인생을 원하고,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저출산 문제를 일반 엄마들의 조용한 파업 혁명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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