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기고] 감히 위로하지 마라- 조진래(경남개발공사 사장)

  • 기사입력 : 2017-06-15 07:00:00
  •   
  • 메인이미지


    청년실업이란 말이 이젠 익숙합니다. 그만큼 그들의 삶이 고단하다는 것이겠지요. 저 또한 자식을 훈육하는 아비로서 청년과 그 부모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울러 공기업의 대표이기에 구인·구직의 불균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많은 콘서트와 서적이 판매되었습니다. 이른바 청춘콘서트나 좌절한 청년에게 보내는 따뜻한 글귀들입니다. 이와 같은 트렌드를 몇 년 지켜보면서 과연 그러한 것들이 청년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생각합니다.

    위로는 감성입니다. 그래서 따뜻한 것이지요. 쉽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나 사실 우리 사회는 감성으로 짜인 드라마는 아닙니다. 경쟁은 치열합니다. 고단함은 그것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은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응시할 수 있고 누구나 창업할 수 있기에 경쟁률이 높은 것이죠. 당연히 성공의 문은 좁고 거칩니다. 이것이 드라마와 다른 현실입니다. 물론, 드라마와 같은 성공도 많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urg)’가 많이 인용되지요. 우리 청년에게 저커버그와 같은 길을 열어줘야 한다, 창의적인 인재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 등 의견이 많지만 실상은 구호에 불과합니다.

    저커버그의 성공 근저에는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Phillips Exeter Academy)’의 교육이 있었습니다.

    특히 ‘하크니스(Harkness)’라는 토론수업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하크니스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정답은 없다’라는 수업의 전제입니다. 학문에 대한 천착과 창의력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것이죠. 스티브 잡스에게 리드 칼리지(Reed College)가 있었다면 저커버그에겐 필립스 엑시터의 열린 교육이 있었던 셈입니다.

    새삼 청년과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어제 저희 공사에 새 식구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20대 청년 세 명 모두 뛰어난 실력을 겸비했지요. 그들의 인생 2막을 축하하며 동시에 우리 청년의 현주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위로는 쉽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결국 교육의 가치입니다. 나라의 백년대계인 교육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습니다. 그것은 문화와도 같아서 오랜 기간 사회적 공감대를 토대로 삼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고개는 쉬이 끄덕이나 입시만을 위한 교육풍토는 여전하며 아이들은 학교에서 학원으로 내몰리고 있지요. 우리 어른들이 미래세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우리는 스스로 외면했습니다.

    대한민국은 고도성장기를 지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구조를 따라 그때마다 맞춤형 인재를 양성할 순 없습니다. 결국, 해법은 전인교육(全人敎育)에 있습니다. 저커버그와 잡스의 성공에는 기술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창의력이 무겁게 자리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조진래 (경남개발공사 사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