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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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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127) 산청 (16) 단성면 국립산청호국원 ~ 산청양수발전소 상부댐

신선이 된 최치원은 저 울창한 숲 어디쯤 머물렀을까

  • 기사입력 : 2017-06-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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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시의 숲이 우거진 반천 고운동 계곡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나라를 지키며 목숨을 바쳤거나 공을 세운 분들의 희생에 보답하고 애국정신을 기리는 달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이나 가족들이 긍지와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우리가 보살펴야 한다.

    우리는 1960년대 공업화의 눈부신 발전을 통해서 배고픔은 벗어났지만 문예 부흥기를 잃어버린 불행한 세대다. 문화란 자신의 삶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게 하는 능력을 준다.

    후세에게 나라다운 나라, 사람 사는 행복한 삶의 가치를 주기 위해서는 올곧은 교육이 토대가 돼야 한다. 무한한 경쟁보다는 세상을 함께 사는 행복한 공존의 방법과 기본 교육을 가르쳐야 한다.


    국립산청호국원·반천 고운동계곡

    이른 6월의 아침도 봄은 떠나고 여름이 온 듯 길에는 뙤약볕이 내렸다. 가뭄이지만 들판에는 농자천하지대본이다. 지리산 가는 길에 언제나처럼 강을 건너고 산과 들판의 행복한 어울림을 만났다. 숲이 주는 상쾌함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의 가치이다.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믿는 나라 부탄은 국토면적이 한반도의 4분의 1, 인구라고 해봐야 75만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이 2800달러 수준이다. 가파른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지는 지그재그 도로는 포장 상태도 엉망이지만 서두르는 법이 없다. 나라의 숲 면적이 국토면적의 60% 이상 유지하도록 헌법에 명기되어 있는 나라다. 부탄은 숲과 종교, 국민성이 행복의 가치를 결정하는 척도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숲이 울창한 지리산으로 가는 길은 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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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산청호국원 봉안당

    작은 시골 커피숍이 있는 단성면 남사마을에서 커피를 한잔 사서 진주 방향으로 작은 고개를 넘으면 국립산청호국원이다. 항상 지나쳤는데 호국보훈의 달 6월에 찾아가 보았다. 이곳은 참전용사와 장기복무 제대군인 등 국가에 헌신한 유공자의 유해를 안장하기 위해 2015년 완공된 국가보훈처 소속 국립묘지다. 4개 구역으로 나누어 5만여 기 유골을 안장할 수 있고 현재 2681기가 안장되어 있다. 이른 아침 추모공간에는 부산에서 왔다는 10여명의 유족들이 유골을 안장하고 제를 올리고 있었다. 유가족이 따뜻한 커피를 한잔 주었다. 추모관에는 장례버스가 들어와 고인 유해를 안장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하고 있었다. 경건하고 엄숙하게 단장된 충혼탑에 묵념을 하며 애국의 마음을 다졌다. 6월의 꽃들이 가득한 호국원을 나오며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이 결코 거창한 구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부들은 양파를 수확하는 바쁜 일손인데 남사 예담촌에는 빈 물레방아가 할 일 없이 돌고 있었다. 시천면으로 가는 작은 고개를 넘으면 지리산에서 흘러온 덕천강이 길게 흐르고 있었다. 강물이 마르지 않고 오랜 세월을 흐르는 것도 숲이 주는 고마움이다. 지난달 순례 길에 들렀던 정각사를 지나면 고운동 계곡으로 가는 반천교이다. 오랜만에 가는 길이 낯설었다. 우리나라 물 좋고 산 좋은 곳이면 있는 펜션은 여기도 예외가 아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세상의 변화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아름다운 산하가 전원주택지 개발로 망가지는 난개발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리산 가는 덕천강변 산기슭도 예외가 아니었다. 더 늦기 전에 아니 후손들에게 죄 짓기 전에 탐욕의 눈이 아니라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혜안으로 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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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동계곡 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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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천 고운동계곡

    반천의 옛 이름은 번천이었다. 번내라고도 하는데 물이 번쩍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30여 년 전 반천 고운동 계곡을 따라 등산을 했던 마음으로 나섰던 길이었다. 옛날 기억은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배바위 기도도량이 있는 곳에 등산로 표지판이 반겨주었다. 임도는 배바위 기도도량을 지나 가파르게 이어져 있었다. 문득, 길은 사람이 만들었지만 길이 사람을 더 많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바위 기도도량에 차를 세우고 보니 출입금지부터 쓰레기 투기금지, 주차금지 등 온갖 금지뿐이다. 배바위 기도도량 주인에게 잠시 주차를 부탁했더니 그러라고 했다. 그는 커피까지 한잔 건네며 행락객들이 배려를 하지 않아서 통제를 한다고 했다. 서로 틀림이 아니라 다름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산 좋고 물 좋은 깊은 계곡에 묻혀 기도를 하는 것이야 뭐라 할 말이 없지만 인근 자연을 훼손하지 않았으면 한다. 울창한 숲으로 그늘이 드리운 계곡 등산로를 따라 가면 커다란 배바위가 있다. 출항 준비를 끝낸 배가 곧 떠날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을 배바위골 또는 피리골이라 하는데 피리를 만들던 마을이 있었다는 데서 연유한다. 배바위 아래 깊은 소가 있다. 여름철 피서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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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고운암

    산청양수발전소 고운호·지리산 고운암·운적사

    날씨도 덥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등산을 포기하고 자동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자동차로 상부댐을 가기 위해 하부댐을 돌아 내대리에서 삼신봉 터널을 지나 하동 방향으로 향했다. 삼신봉 터널을 지나면 이내 어지러운 안내판이 왼쪽을 가리킨다. 상부댐까지 도로가 구불 길이라 안전운전을 해야 한다. 가을철에는 3㎞쯤 이어지는 길이 단풍으로 만산홍엽이다. 산청양수발전소의 상부댐이 나타났다. 댐 끝에서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고운암이다. 인기척은 없고 마당에 널어놓은 산나물과 약초가 뜨거운 6월의 햇볕에 마르고 있었다. 개 한 마리가 고요한 암자를 지키고 있었다. 고운암 현판이 달려 있는 전각의 지붕에 비가 새는 것을 막을 천막이 덮여 있어 절집 살림이 어려운 모양이다. 상부댐으로 가는 철조망에 빨간 장미가 줄지어 피어 있었다. 산청양수발전소 상부댐의 이름이 고운호이다. 최치원이 신선이 되어 놀았다는 고운동 계곡에서 유래되었다. 상부댐이 있는 곳의 산 지명이 등잔봉이다. 전력을 생산하여 불을 밝히는 곳이 되었으니 우연 치고는 아이러니하다. 주차장 인근 상부댐 공원에 자연석으로 고운호 표지석이 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주차장에 살벌한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이 지역은 국가중요 및 보안목표 시설로서 음식물 반입, 취사행위 및 풍기문란 행위 등이 엄격히 금지되며, 이를 위반시 관계법령에 의거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산청양수발전소장. 산청경찰서장’이라고 쓰여져 있다. 권위주의 시대에나 있을 법한 경고문이다. 이제 나라다운 나라답게 부드럽고 좋은 말로 고쳐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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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양수발전소 상부댐 ‘고운호’

    우리나라는 전력을 생산하는 수력발전의 비중이 매우 낮다. 원자력발전이나 화력발전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양수발전은 전력의 수요가 남는 심야시간대 상부댐에 물을 저장했다가 다른 발전소의 고장이나 전력수요가 많은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재생 에너지 발전소이다. 양수발전소 건설은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고향마을을 떠나야 하는 실향민이 발생하는 등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재생에너지의 활용이 활성화되고 있다. 미세먼지를 줄여 환경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은 우리 스스로 에너지 사용을 줄여 불편함도 행복이라는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상부댐 고운호에 물이 가득해야 할 시간인데 호수 주변 흙 줄이 드러나 보였다. 상부댐 끝자락에 서서 방금 떠나온 고운동계곡을 보니 울창한 나무숲 위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행복한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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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적사

    고운호를 나오는 길에 운적사 안내판을 보고 들어갔다. 근래에 지어진 대웅전 현판의 글씨체가 이채로웠다. 한가로운 절집에는 고요한 정적에 바람만 이마의 땀을 씻어주었다. 구름에 쌓인 절이라는 운적사는 40여 년 고운동 도인 강원만씨가 창건하여 신개념 사찰로 꾸미고 있단다. 그는 지리산의 봄은 먼 산의 하얀 눈이 가장 먼저 감지한다고 했다. 그 다음은 도사·약초꾼·사진작가·국립공원 직원 순이란다. 도사다운 말이다.




    ☞고운동천: 산청군 시천면 고운동길 317-37. ☏ 055)974-0009. 이효열(53)씨 남매가 산청양수발전소 고운호 인근에서 운영하는 정갈한 찻집이요, 황토방 숙박시설이다. “귀한 님 당신이 오시니 기쁜 날입니다”라고 하는 글이 걸려 있었다. 수제 고운동천 감로차가 특미이다. (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마산대 입학부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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