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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근로시간 단축과 일·가정 양립- 정성희(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장)

  • 기사입력 : 2017-06-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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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도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아빠도 보육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근로시간을 주 최대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한다. ‘칼퇴근’으로 상징되는 단축근로를 통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장시간 근로는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없애고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만든다. 출산과 육아를 함께 해야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직장에서의 자아실현 못지않게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도 아주 중요하게 여겨진다.

    세계 OECD 연평균 근로시간은 1770시간이며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일한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생산성이 선진국의 60% 선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기업성과에서 중요한 것은 노동시간이 아니라 효율적인 업무처리 시스템과 유연한 근무체계를 구축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효율적인 생산성을 내는 기업문화가 아닌 현재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할 경우, 초과근무를 하고도 초과근무수당은 못 받는 상황을 초래하고, 초과근로를 통해 임금을 보전해왔던 중소기업 근로자의 가계수입에는 빨간불이 켜질 것이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구인난은 더욱더 심각해질 것이다. 또한 추가 인력 확보에 따른 생산비용의 증가는 결국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기업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은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졸과 고졸 간의 임금 격차가 많지 않다. 그리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받기 때문에 비정규직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의 불만은 거의 없다. 노동시간 단축은 법적 규제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개선과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함에 따라 ‘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성은 가정주부’라는 종래 성역할의 인식전환과 함께 근본적으로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일·가정 양립정책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일·가정 양립은 여성에게만 필요한 정책이 아니라 남녀 근로자 모두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그리고 일·가정 양립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남녀가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로 우수한 인재 육성과 활용에 용이하고 이직률을 방지할 수 있어 기업성과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2016년 일·가정 양립실태조사에서 “우리사회가 남녀고용 평등 및 일·가정 양립을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부정책을 묻는 질문 21.7%가 ‘장시간 근로 관행개선’을 1순위 과제로 꼽았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 모성보호나 보육서비스 관련 제도의 확충보다는 장시간 근로시간 관행, 유연근로제, 사회인식, 남녀고용차별,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등 사각지대에 대한 애로사항 해소 등을 좀 더 시급한 정책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추진해 온 일·가정 양립 문제와 일자리 창출을 해결하는 시작이 근로시간 단축을 얼마나 부작용 없이 추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정성희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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