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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로봇 저널리즘-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7-06-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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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을 굴복시킨 뒤 바둑계를 은퇴했다. 세계 최강자 커제 9단은 알파고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알파고는 스스로 학습했다며 기상천외한 수로 인간을 흔들었다. 인간의 두뇌로 개발한 인공지능 따위가 아주 인간을 우습게 만들었다. 프로기사들은 바둑을 그만두어야겠다며 허탈해했다. 이제 인간은 상대가 안 된다며 은퇴를 선택한 알파고의 행위가 얄밉기까지 하다.

    ▼인공지능의 활약은 언론계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 유수의 언론 기업들이 내러티브 사이언스 기술을 이용해 자동화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퀼’이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는 30초에 한 건씩 기사를 써낸다. 인간 기자가 키보드로 겨우 리드문을 쓸 시간에 로봇은 출고를 마친다. LA타임스의 지진 담당 로봇기자 ‘퀘이크봇’은 빠르고 정확하게 최적화된 기사를 생산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대선 때 ‘나리’ 로봇기자가 밤새도록 기사를 제공했다.

    ▼전문가들은 로봇기자의 완성도를 높이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내러티브 사이언스 창업자는 2026년께면 기사의 90% 이상을 로봇이 써낼 것으로 봤다. 이미 로봇이 쓴 기사와 인간이 쓴 기사를 놓고 사람들은 구분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로봇 저널리즘이 창궐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기자, 이 기자를 대신해서 로봇기자가 더 부지런을 떠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특종상을 로봇에게도 수여할 수 있다는 시상 규정을 만들어야 할지 모른다. 제한된 시간에 여러 기사의 순위를 매겨야 하는 편집국장 자리에 로봇이 앉을 수도 있다. IBM의 ‘왓슨’ 프로그램은 의사들보다 더 나은 진료결과를 내놓아 의사 자리를 위태롭게 한다.

    ▼로봇기자는 아무리 일을 시켜도 불평 한마디 없다. 당연히 언론기업은 시끄러운 인간 기자보다 로봇기자를 더 선호할 것이다. 게으른 기자, 늦게 마감하는 기자는 편집국에서 짐을 싸야 할 시간이 빨리 올 것이다. 로봇기자에게 밀려 언제 해고통보를 받을지 모르겠다. 인공지능의 성장을 보는 인간 기자의 넋두리다.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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