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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매화·은행 위로 갈매기 노니는 김해- 허충호(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6-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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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3~4월, 진해는 벚꽃 천지가 된다. 1902년 군항개발과 함께 도시미화를 위해 심은 벚꽃은 CNN이 진해를 ‘한국 최고의 여행지 50’에 선정하는 데 중요한 모티브가 됐다. 군항제 중 300만명 정도가 진해를 방문한다니 가히 ‘진해홍보대사’다.

    그러면 ‘가야왕도’ 김해는 어떨까. 김해의 시화는 매화다. 시목은 은행, 시조는 기러기다. 가야왕도답게 상징물도 품격이 있다. 세종조 명신 강희안은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꽃을 일품에서 구품까지 화품을 매겼다. 그의 평가에서 매화는 1품이다. 벚꽃은 9품에도 끼지 못한다. 은행은 천심을 하강시키는 신목으로 불린다. 그래서 백성을 살피는 관가에는 필히 심는다. 한 번 짝을 정하면 평생을 함께 사는 기러기도 일부일처에 바탕을 둔 전통 혼인문화와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이렇게 깊은 뜻을 가진 훌륭한 상징물이 정작 김해서는 큰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매화는 김해건설공고의 와룡매화를 제외하면 큰 자랑거리가 없다. 오히려 섬진강변 5만여평 산자락에 매화를 심어 영화 ‘취화선’의 촬영지가 된 전남 광양이 매화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한림면 신천리의 200년 된 은행나무는 시목으로 지정되기는 했지만 산업단지 개발로 존립 위기에 처했다. 은행은 김해보다 농어촌공사가 ‘가을에 가볼 만한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선정한 보령시의 청라마을에서 더 유명하다.

    동지와 하지면 남북을 오가는 기러기가 도래하기 좋은 화포천 역시 환경오염이 정화되지 않는 이상 예전의 정취를 찾기는 어렵다.

    김해는 고대 가야의 역사에 기반을 둔 4차 산업혁명 진원지를 표방하고 있다. 가야의 고도이면서 지정학적으로 창원, 양산, 부산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만큼 정책의 방향성이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성장 일변도 시책에서 빚어진 폐해를 줄이기 위해 환경보전에 근간한 산업개발에 중점을 두는 정책으로 일대 전환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정책의 폭을 조금 넓혀 자연적으로 형성된 녹색공간에 더 초점을 맞춘다면 새로운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지리적 특성을 살려 강과 인접한 산자락에 매화 군락지를 조성하는 게 하나의 예다. 도심에서, 인접지역에서도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는 우수한 접근성을 다양한 문화자원과 연계할 경우 ‘김해 매화축제’가 광양매화문화축제보다 못할 이유도 없다.

    베이징은 1950년대 말 지단공원에 200여 그루의 은행나무를 심었다. 그 결과 늦가을이면 매혹적인 도시풍경이 연출된다. 베이징은 이를 문화축제와 연계해 ‘지단 가을은행문화축제’로 수십만명의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다. 훈춘 역시 기업과 3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매년 한 달간 ‘훈춘 기러기관상축제’와 ‘철새 애호·환경 보호운동’을 전개한 결과, 지역에 머무르는 조류의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한때 유행어처럼 번졌던 ‘신토불이’처럼,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매화 군락지와 은행 숲길을 따라 기러기가 노니는 김해, 상상만 해도 정취가 느껴진다. 삶의 품격도 덩달아 높아질 것 같다.

    허충호 (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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