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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한 명의 생명을 구한 여섯 명의 희생- 서영훈(부국장대우·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7-05-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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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여덟 명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이내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떠올릴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 정부는 라이언가의 4형제가 모두 전쟁에 참전해 이미 3형제가 전사하고 막내 제임스 라이언 일병만이 프랑스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는 아들 셋을 잃은 어머니를 위해 막내만이라도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며, 8명의 특수부대원으로 팀을 꾸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나선다.

    라이언을 만나기도 전에 교전으로 두 명의 동료를 잃은 대원들은 라이언 일병 한 명의 목숨이 여덟 명의 목숨보다 더 가치가 있는가 하며 혼란에 빠진다.

    천신만고 끝에 라이언을 만났지만, 전우들을 남겨 놓고 귀가할 수 없다는 라이언에게 “너 하나 때문에 동료 둘이 희생됐어. 알아?”라며 쏘아붙이는 한 대원의 분노는 이해하고도 남는다. 라이언을 만난 이후에도 리더인 밀러 대위를 포함해 모두 4명이 목숨을 잃는다. 이 작전에서 살아남은 이는 구출 대상인 라이언과 구출대원 2명뿐이다.

    영화는 여러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그 줄거리는 허구다. 그렇다고 해도 관객들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나섰던 여덟 대원들의 고민을 공유하기에 충분하다. 수많은 목숨을 뺏고 또 뺏기는 것이 전장이다. 그 수라장에 든 한 명의 병사를 구하기 위해 굳이 많은 군비를 들이고, 또 다수의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그 한 명의 목숨이 그럴 만큼 가치 있는 것일까.

    영화를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확신에 찬 말투로 “그렇다”고 말하는 듯하다. 감독은 밀러 대위가 총에 맞아 죽어가면서 “헛되이 살지 마. 잘 살아야 돼. 우리 몫까지…”라고 라이언 일병에게 말하는 장면을 장치해 놓았다.

    실제 전쟁에서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해서는 몇백만 달러, 몇천만 달러가 들어갈지, 또 그를 데려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목숨을 바쳐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나라의 정부가 한 명의 병사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군대의 사기를 높이고, 전쟁터에 자식을 보낸 수많은 부모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결국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끌어올림으로써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길일 수 있다.

    세월호가 침몰 3년 만에 인양됐다. 그 많은 돈을 들여 굳이 인양해야 하느냐, 추가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는 등 부정적인 말도 많았다. 물론 많은 시간과 돈이 들었고, 인양 과정에서 희생자도 나왔다. 그러나 세월호를 인양해 유족들의 아픔을 달래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불식시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를 되새기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아닌가.

    시야를 자치단체로 좁혀도 마찬가지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370m 길이의 김해 장유터널을 170명의 중·고등학생들이 매일 걸어서 통학하는데, 김해시는 돈이 많이 든다며 시내버스 운행 횟수 확대 등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그럴 만한 돈이 없는지, 아니면 그런 일에 예산을 쓰는 것이 아까운지, 시민들에게 한번 밝혀 보시라.

    서영훈 (부국장대우·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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