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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적폐 개혁과 장·차관의 태도- 이종구(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5-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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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 출신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은 17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취임 1주일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너무 잘해서 무섭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말처럼 취임 초기 문 대통령은 파격적인 행보와 대선공약의 신속한 실천으로 가히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60대인 문 대통령이 50대 참모들과 와이셔츠 차림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장면은 국민들에게 신선하다 못해 충격으로 와닿았다. 불통의 대명사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역대 어느 대통령에게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문 대통령이 ‘업무 지시’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대선공약을 하나씩 실천하고 있는 것도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취임 당일인 지난 10일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명령한 데 이어, 이틀 뒤인 12일에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할 것을 업무지시 2호로 명령했다. 그리고 15일에는 업무지시 3호로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응급대책 차원에서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을 지시하고, 이어 업무지시 4호로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된 기간제 교사 2명의 순직을 인정하는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12일에는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직원들 앞에서 ‘임기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15일에는 ‘미세먼지 바로알기 교실’ 수업이 진행되고 있던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을 찾아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에 간이 미세먼지측정기 설치를 약속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내려진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에 담긴 공통된 코드는 ‘민생’과 ‘개혁’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세월호 참사 때 숨진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 지시는 적폐에 대한 개혁 의지로 볼 수 있고, 일자리위원회 구성과 미세먼지 감축 대책 지시는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문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와 개혁·민생 관련 공약의 신속한 실천은 대선기간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마치 새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기존 정책을 180도 바꾸면서 사과나 해명 한마디 없는 해당 부처 장·차관들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임명직 공무원들이 ‘영혼 없는 존재’로 불리지만, 수년간 요지부동이었던 입장과 정책을 하루아침에 바꾸면서 국민들에게 사과는 고사하고 해명 한마디 없는 것은 정말 눈에 거슬린다.

    인사혁신처는 문 대통령의 4호 업무지시가 내려진 15일 당일 세월호 참사 때 희생된 기간제 교사 2명에 대해 순직 인정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그 이유는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사처의 표현대로라면 세월호 참사 이후 3년 동안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낮았지만, 대통령이 바뀌고 나니 갑자기 순직 인정 여론이 높아졌다는 게 된다. 인사처는 양심이 있다면 2014년 4월 이후 순직 인정절차를 회피해온 데 대해 기간제 교사 유족과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국가보훈처,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이종구 (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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