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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키덜트’ 바람 … ‘어른이’ 동심 소환

키덜트 문화 확산- 시장규모 매년 20%씩 성장…지난해 1조원대 추정
도내에도 키덜트숍 속속 오픈- 프라모델·피규어 6~7곳, 드론 매장 2~3곳 들어서

  • 기사입력 : 2017-05-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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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레고 반값 행사를 열며 이런 슬로건을 내걸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키덜트족의 취향까지 고려했다’.

    마트의 반값 행사에 포함된 품목은 어린이에게 인기 많은 ‘프렌즈 시리즈’ 5개와 어른에게 인기 많은 ‘스타워즈 시리즈’ 5개로 동일했다. 유통가가 어린이날 완구 고객에서 성인과 어린이의 비중을 비슷하게 두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성인 14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린이날을 핑계로 자신의 장난감을 사본 적이 있다는 비율이 44%에 달했다.

    레고, 건담, 피규어에 환호하는 것은 더 이상 어린이만이 아니다. 아이(kid)와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adult)을 지칭하는 ‘키덜트(kidult)’족의 소비가 눈에 띄게 늘며 일종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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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오 드론스쿨 경남지사장이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사무실에서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키덜트, ‘욜로, 나혼자산다’ 바탕으로 쑥쑥

    키덜트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수치로 입증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6 콘텐츠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14년 5000억원에서 매년 20%씩 성장해 2016년 1조원대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유통업계는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마트는 2015년 6월 킨텍스점 내부에 ‘남자들의 놀이터’를 콘셉트로 하는 ‘일렉트로마트’를 개점했다. 드론, 피규어, IT기기 전문매장으로 내부에는 각종 아이템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갖췄다. 1호점이 문을 연 지 10개월 만에 연 목표매출을 달성하자 이마트는 일렉트로마트를 전국 10여개점으로 확대했다. 롯데마트 또한 2015년 9월 구로점에 위치한 토이저러스 매장에 키덜트 전문관인 ‘키덜트 존’을 오픈했으며 점차 매장을 확대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는 키덜트 관련 박람회가 다수 개최되고 있고 미술관에서는 피규어나 완구 수집에 몰입하는 ‘덕후(일본어 오타쿠의 한국식 발음인 오덕후의 줄임말. 특정 분야에 마니아 이상으로 몰입하는 사람을 지칭)’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렸으며 호텔에서는 플레이 모빌 피규어를 제공하는 키덜트 패키지가 출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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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덜트 문화의 확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YOLO’다. 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로 ‘인생은 한 번뿐’이란 뜻이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발간한 ‘트렌드코리아 2017’에서는 올해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YOLO’를 꼽으며 ‘YOLO는 저성장을 겪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매우 적합한 키워드다. 단적인 예로, 돈을 저축해서 은행에 넣어도 낮은 이자율 때문에 10년 후에 그대로이기 때문에 미래를 준비하는 것보다 차라리 지금 행복한 게 낫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게 YOLO의 특성이다’고 분석했다. 현재를 중시하고 자기 지향적인 삶을 추구하는 YOLO족이 유희적인 소비에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도 키덜트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대중매체에서 피규어나 프라모델(플라스틱으로 된 조립식 모형 장난감), 드론에 빠진 키덜트 족으로 등장하는 연예인도 대부분 ‘혼족’이다. 1인 가구는 소비가 자기 자신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취미생활에도 과감히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유통업계는 타인의 시선과 상관없이 자신을 위한 소비를 즐기는 혼족을 키덜트 시장을 견인하는 핵심 그룹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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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동 ‘히어로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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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에도? 지역 키덜트숍 확산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키덜트 관련 오프라인 매장이 지역에서도 생겨나고 있다. 창원지역의 경우 피규어, 프라모델 관련 매장은 6~7곳, 드론 관련 매장이 2~3곳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매장은 대부분 지난해와 올해 생겨났다. 피규어숍의 경우 시티세븐의 팬덤이스트가 지난해 8월, 창동의 건프라홀릭스가 올해 1월 문을 열었다. 특히 상남동에는 지난해 12월 뽑기 전문점인 가챠샵 창원점을 시작으로 토이캡슐 창원점, 턴스톡스 창원점 등 한 달 새 3곳이 생겨났다. 드론의 경우 드론스쿨 경남지사가 지난해 1월부터 영업 중이며 대형마트의 경우 지난해 6월 신세계 이마트 김해점 내 일렉트로마트가 오픈했다. 키덜트 문화와 관련 시장이 지역에서도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산의 히어로타임은 도내서 가장 큰 규모의 피규어, 프라모델 전문매장이다. 2011년 온라인 쇼핑몰로 시작한 히어로타임은 현재 6000여종에 이르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히어로타임의 구근회(33) 대표는 “원래 온라인 매장으로 시작했다가 직접 찾아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2013년 오프라인 매장도 문을 열게 됐다”며 “처음에는 주로 서울이나 수도권 고객들이 많았다면 오프라인 매장을 연 후 지역 고객들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 매출에서 10명 중 2~3명이 지역 고객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부산경남본부 홍보팀은 “김해점의 경우 일렉트로마트의 효과로 피규어 등 취미 조립완구의 매출이 경남지역 다른 매장보다 약 173%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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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뽑기 전문점 ‘턴스톡스’.

    ◆지역 키덜트 매장 이용 현황은

    지역 키덜트 관련 매장 운영자들에 따르면 연령층이나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품목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20대 초중반 여성의 경우 뽑기 형식의 캡슐토이와 볼펜, 노트, 지갑 등 애니메이션 굿즈(애니메이션과 관련된 파생 상품)에 대한 선호가 높은 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미국의 디즈니 시리즈가 가장 인기다.

    캡슐토이를 취급하는 턴스톡스 창원점의 양우진(32) 대표는 “주 고객은 20대 젊은 여성들이다. 캡슐토이의 경우 사이즈가 작아 아기자기하고 가격이 2000~3000원대로 부담없는 편이라 신규 고객들의 유입비율도 높다”고 말했다.

    피규어나 프라모델 경우 30~40대 남성이 주요 고객이다. 도내 매장의 경우 피규어는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와 드래곤볼, 미국 히어로 마블 캐릭터, 프라모델은 건담 시리즈가 가장 인기가 높다. 피규어와 프라모델의 가격대는 1만원대부터 100만원, 수천만원대까지 다양한 편이지만 도내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군은 2만~3만원대 제품이다. 드론의 경우 30~50대 남성에게 인기가 높다. 드론스쿨 경남지사에 따르면 취미반 수강생의 경우 40~50대 장년층 남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드론의 경우 접근성이 좋은 완구형은 5만~20만원대,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센서형은 100만원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드론스쿨 경남지사 이상오(42) 대표는 “주로 산악자전거, 등산 등 레포츠를 즐기는 남성이 자신의 활동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남겨 기록하려는 목적이 많다. 드론은 경제력과 더불어 시간적 여유도 필요하다 보니 장년층 남성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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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의창구 두대동 ‘팬덤이스트’.

    ◆지역 키덜트숍, 앞으로도 성장할까

    관련 매장이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키덜트 문화 향유층이 두텁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팬덤이스트 윤정환(33) 대표는 “서울 강남 인근에는 건물 전체가 피규어숍인 곳도 있고 매출도 높은 편인데 지역의 경우는 아직 소비층이 많이 얇은 편인 것 같다”며 “초반에는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주요 품목으로 취급했는데 운영해보니 (시티세븐) 상권의 특성도 있고 아직 지역에서는 이런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수요가 많지 않다고 느꼈다. 현재는 중저가 제품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매장 운영자들은 지역 키덜트 소비자들의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체감한다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품목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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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챠샵 창원점 이윤정(41) 대표는 “신제품이 매주 입고되는데 SNS채널을 통해 입고 소식을 알리면 판매 공지 시각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며 “원래는 캡슐토이만 취급할 예정이었지만 고객들의 요구가 많아져 피규어나 굿즈 종류를 추가했다. 신제품은 미국이나 일본에 가서 직접 구매해온다”고 말했다. 턴스톡스 창원점의 양우진 대표 또한 “단골고객이 계속 늘고 있어 비교적 덜 알려진 애니메이션 피규어나 굿즈 상품도 들여 품목을 더욱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장 방문층이 전 연령대를 아우른다는 점도 지역의 키덜트 수요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인터뷰에 응한 매장 운영자들은 대부분 “품목에 따른 주요 수요층이 있긴 하지만 매장 방문층은 20~50대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드론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규제 완화가 수요층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드론스쿨 경남지사 이상오 대표는 “야간 비행 금지 규제가 풀리면 주로 근무를 마치고 저녁시간에 여유가 있는 20~30대 직장인들이 많이 유입될 것으로 본다. 창원지역만 해도 수천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매체의 지속적인 조명도 수면 아래 있던 향유자들을 점차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건담 프라모델 조립을 좋아한다는 정승진(32)씨는 “예전에는 장난감 조립을 하면 주변에게 나이먹고 그런걸 하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는데 최근 연예인들의 일상에서도 키덜트 아이템이 자주 노출되다보니 이것도 하나의 취미생활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글= 김세정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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