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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새 시대의 예술인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이근택(창원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17-05-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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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헌법 제22조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예술은 감정을 표현해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다(톨스토이). 예술가의 궁극의 목표는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헤르만 헤세). 감정과 의지에서 나오지 않는 예술은 참 예술이라 할 수 없다(괴테). 블랙리스트(Blacklist)란 경계해야 할 사람들의 목록이다. 반대로 화이트리스트(Whitelist)란 허용되거나, 권한이 있는 식별된 실체들을 모아 놓은 목록이다. 원래 의미는 사람에 관계된 게 아닌데, 요즘에는 안티집단 사람들의 이름 목록으로 통용되고 있다. 201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 미국 히피문화의 중심에 섰고 저항가수로만 알려졌던 그가 세계 문학계 최고의 상을 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밥 딜런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위대한 미국의 노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라고 발표했다. ‘반전과 평화’를 노래했던 그의 영향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에도 소위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 등으로 알려진 새로운 ‘청년문화’의 아이콘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계승되면서 ‘저항의 문화’로 발전했다. 억압이 있는 곳에는 대개 저항문화가 존재하고, 특히 청년세대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문화가 저항으로 발전했다. 마침내 ‘Blowing in the Wind’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등이 금지곡으로 지정돼 모든 방송에서 사라지고 시위현장에서만 불렸다. 시위현장에서 불리면 노래 내용과 관계없이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아마도 이때 블랙리스트의 명단에 젊은이들이 많이 포함됐을 것이다. 그들이 만든 작품이 법 적용 범위에 따라 현행법에 저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차대전 당시 나치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지탄받았던 독일의 유명 작곡가 리하르트 시트라우스는 화이트리스트에, 유태인의 후손이라 하여 작품이 모두 잿더미가 될 뻔했던 멘델스존은 블랙리스트에 해당되겠다. 시대의 아픔과 상처들이 계속 또 다른 상처와 아픔으로 이어진다면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될 뿐이다.새 시대가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민족문화 창달을 위해 노력한다’고 엄숙히 선서했다. 민족문화란 ‘한 민족이 생산해 낸 사고체계와 창조적 유산, 그리고 예술적 생산물’을 지칭한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어제의 블랙리스트가 오늘은 화이트리스트로 뒤바뀌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가 되기도 한다. 인간이 모여 사는 공동체에서 안티 세력은 어느 시대든지 존재한다. 그 리스트의 존재 목적이 억압과 불이익을 주기 위함이 아닌, 끊임없는 설득과 때로는 이유 있는 타협을 위해, 그리고 세상이 순리대로 돌아가도록 -상식이 통하게-노력해 나간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존재의 긍정적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예술은 시대를 개척하거나 저항하면서 그 힘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런 예술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저항’에 과민해지고, ‘시대의 개척’이나 ‘창조’에 인색해져서 우리에 가두고 키우려 한다. 자유롭지 못한 예술은 단순한 기능에 불과하다. 그 시대정신을 담았다고 창작의 자유를 억압한다면, 그 시대의 예술은 빛을 잃기 마련이다. 70여년 전의 6·25전쟁, 아직도 분단의 아픔이 상처가 되고 그리움이 병이 돼 고통을 겪고 있는 세대도 공존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의 예술은 이 모든 것들을 뛰어넘어 승화시킬 줄 알아야 진정한 민족문화예술이 이뤄진다.

    ‘예술가가 예술을 창조하는 동안에는 하나의 종교인이다.’-A 쇼팬하우어-, ‘음악은 국민이 만든다. 작곡가는 그것을 배열할 뿐이다.’-M 글린카-

    이근택 (창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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