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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윤달’과 ‘손 없는 날’

  • 기사입력 : 2017-03-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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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양력 6월 24일~7월 22일(음력 5월 1~29일)은 ‘윤달’이라 해 묘소와 관련된 일을 관장하는 신이 해코지를 하지 않고 모른 척하는 달로서 공(空)달이라고도 한다. 그러면 과연 이날에만 사초(莎草·허물어진 묘소에 흙을 덮고 잔디를 심는 일)나 이장, 평장, 석물을 설치하는 등의 일을 할 때 아무런 탈이 없는 것일까.

    오랫동안 내려온 관습의 일종으로 길일(吉日)을 택하지 않고 묘소를 건드리면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는 일종의 근거가 없는 믿음이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마음이 편할 수 있다면 따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 중에서 역장(逆葬·도장倒葬과 같은 의미로 조상의 묘 윗자리에 자손의 묘를 씀)을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꺼린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역장도 ‘자연스런 장법’ 중의 하나로 받아들였으며 오히려 사대부 집안에서 역장을 한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최근 모 현장에서 조상의 무덤이 있는 옆쪽의 비어 있는 길한 터에 화장(火葬)을 해 가족묘를 조성하는 것 또한 역장이라 해 활용하지 않는 것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의 관습 중에 ‘손 없는 날’에 이사를 하는 것 또한 귀신이 방해나 해코지를 하지 않는 날이라 해 이사비용이 더 들어도 이날을 반드시 고수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막연한 두려움은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생각을 하면서 오랜 관습과 전통을 따르지만 이치(理致)대로 하면 ‘손 있는 날’이라 해도 이삿짐 차가 큰 하천을 두 곳 이상 지나면 오히려 ‘손 없는 날’에 이사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이것을 풍수에서는 ‘산(땅)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땅)을 넘지 못한다’라 해 귀신이 더 이상 따라올 수 없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한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사주’에 맞는 집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말을 하곤 한다. 미안하지만 그런 집은 있을 수 없다. ‘터의 기운’이 나쁜 집은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사람이 거주해도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터의 기운’이 나쁜 집이라도 좋은 기운이 있는 방과 거실을 찾아서 생활하도록 하거나 비보(裨補·나쁜 기운을 막거나 순화시킴)를 통해 예방할 수도 있지만, ‘집 전체의 터’가 나쁘다면 이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듬성듬성 흩어진 수풀을 좋아하고 나뭇가지가 넓고 낮게 우거지고 몸통이 굵은 나무가 있는 자연 속의 주택을 선호한다.

    심리학자 캐플런 부부는 ‘자연의 경험: 심리학적 관점’에서 일상의 환경에서 벗어나 자연경관을 접하면 자연에 매료돼 말라버린 우물에 물이 다시 채워지듯이 기분이 좋아지고 신경계가 이완되고, 집중력과 주의력이 향상된다고 했다. 이유가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불안장애, 임상우울증, 조현병(정신분열증)의 진단율은 시골에 사는 사람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 높게 나타난다. 즉 대도시에서 성장하거나 거주하는 사람들이 시골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불안을 촉발하는 사회적 요인에 뇌가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보면 자연과 더불어 생활할 수 있는 주택의 증가 추세는 당연한 현상이라 하겠다.

    전원주택을 짓고자 터를 고르다가 재실이나 향교, 또는 고총(古塚·오래된 무덤) 주변은 ‘터가 흉한 곳’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재실과 향교와 고총은 기실 주변의 터 중에서 제일 좋은 곳에 위치하므로 이런 곳의 주변에 있는 땅의 기운은 좋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원주택의 형상도 요사이는 각양각색인데, 아래층보다 위층이 더 넓은 가분수형과 모서리각이 두드러지게 많은 형상은 위에서 누르는 흉한 기운과 모서리살로 인해 풍수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인간은 곡선에 강한 친밀감을 느낀다. 잔잔한 물결 모양의 곡선이 들어간 형태에 끌리고 뾰족한 모서리가 나오는 형태를 싫어한다.

    전원주택 부지는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마을 뒷산(주산)의 형상이 험하고 뾰족하거나 날카로운 바위가 있거나 잔돌 무더기가 많으면 살기(殺氣)가 발생해 거주자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므로 마을 뒷산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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