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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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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강영숙 한국뇌졸중연구장학재단 이사장

“제 소망은 단 하나, 숨 멎는 날까지 약자를 위해 사는 것”

  • 기사입력 : 2017-02-0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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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가정형편이 어려운 100여명의 초·중·고·대학생들에게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과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해 주고 20여년간 장애인의 대모(代母)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 봉사자가 있다.

    그는 지난 1997년 설립된 한국뇌졸중연구장학재단의 이사장을 2007년부터 맡아오고 있는 강영숙(59)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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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숙 한국뇌졸중연구장학재단 이사장이 그의 봉사철학인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비룡 기자/

    ◆가난한 농부의 8남매 중 넷째

    강 이사장은 창녕군 이방면 현창리에서 가난한 농부의 8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부친이 부산광안여중 2학년으로 전학시키면서 “훌륭한 선생님이 돼 돌아오라”는 말씀을 했다. 동생들과 함께 유학길을 떠났으나 얼마 후에 뒷바라지해주던 부친이 병환으로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강 이사장은 춥고 배고픈 험난한 객지생활을 시작했다.

    창녕에서 올라온 동생들의 학비와 생활비까지 벌기 위해 부산 문현동과 범일동 일대 신문배달과 ‘아이스케끼’(얼음과자) 장사로 소위 투잡(Two Job)을 하면서 야간고등학교에 입학, 주경야독하는 억척스런 소녀가장이었다.

    지금도 강 이사장이 눈시울을 붉히며 떠올리는 추억은 다양하다.

    겨울철 마루 위의 다락방에서 비료 푸대 속에 뜨거운 물을 넣어 발밑에 두고 4형제가 꽁꽁 언 발을 녹이며 밤을 지새웠던 일, 가난 때문에 3학년 등록금을 내지 못해 졸업장을 받지 못한 눈물의 추억 등 숱한 고난의 체험들이 봉사와 나눔의 꿈을 실천하게 만든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한다.



    ◆“봉사하다 죽는 것이 소망”

    “장애인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다 죽는 것이 마지막 소망”이라는 강 이사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삶’이 그의 봉사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 한국뇌졸중연구장학재단 산하 부산효사랑 요양병원, 밀양 새 한솔병원, 마산복음요양병원, 대종의료재단 부곡온천병원 등을 운영하면서 지난 2007년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100여명의 부산 경남 초·중·고·대학생들에게 졸업할 때까지 매년 1억여원의 장학금과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해 주는 교육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장애인과 저소득층에 대한 다양한 의료 봉사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장애인기업협회 부산협회 후원회장과 부산신체장애인복지회 후원회장을 맡아 장애인들과 20여년간 동고동락해 오는 강 이사장의 장애인 사랑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11년부터 현재까지 부산광역시 장애인지역법인연합회 후원회장으로 장애인들의 복지에 앞장서고 있다. 2016년 11월 경남장애인합동결혼식에서는 9쌍의 신랑신부 혼주를 홍준표 도지사 부인 이순삼 여사와 함께 맡아 명실공히 장애인의 대모로서의 사랑을 엮어오고 있다.



    ◆“자녀에게 물려줄 것은 근검절약 정신”

    강 이사장의 자녀교육 또한 철저하다. 결혼하기까지 급여의 90%를 저축해 놓은 통장을 만들게 하는 등 자식들에게는 돈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근검절약하는 정신이나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을 물려주겠다고 한다. 자녀결혼식 때 축의금 안 받기로 소문나 있는 강 이사장은 화환이 전달돼 오면 대신에 쌀을 받아서 면사무소에 전달하기도 한다. 배고팠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 때문이란다.

    3학년 등록금이 없어서 고등학교 졸업장을 못 받은 강 이사장의 향학열 또한 본받을 만하다. 야간고등학교와 늦깎이 경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만학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앞으로 두 가지 꿈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부친의 꿈이었던 훌륭한 선생님은 못 됐지만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꿈과 희망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대학졸업 때까지 장학금을 계속 주는 것, 둘째는 평생의 숙원사업인 장애인 병원이 있는 장애인 전용 실버타운을 건립해 죽는 날까지 장애인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이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4개 병원은 400명이 넘는 직원들에게 아직까지 단 한 푼의 체불임금이 없을 정도의 재정 건전성이 돋보인다.

    가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금의환향한 영원한 봉사자 강 이사장의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봉사의 삶이 화려하게 피어날 시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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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칙에서 벗어나지 마라’ 경영철학

    부도났던 병원과 부도 직전의 병원을 인수해 명품병원으로 우뚝 서게 한 강 이사장은 당시를 회고하면서 ‘원칙에서 벗어나지 마라’는 큰 틀의 경영철학이 한몫해 오늘을 있게 했다고 회고한다.

    유치권 행사를 주장하는 수십 명의 채권자들과 브로커들의 농간으로 ‘6개월을 못 버틸 것이다’는 루머가 확산되면서 환자 없는 1년간의 병원 운영을 하는 악몽 같은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음이 따뜻하고 긍정적인 성품의 강 이사장은 뼈아프게 힘들었던 소녀가장 시절을 떠올리며 잘될 것으로 확신했다고 한다. ‘피그말리온 효과’였을까? 바라는 마음, 하고 싶은 마음, 느끼고 싶은 간절한 마음들이 현실로 이뤄졌다고 한다. 기사회생한 것이다.

    강 이사장은 “어렵고 힘든 시기에 저를 믿고 원칙을 지켜 따라준 가족과 직원들이 너무 고마웠다”며 “우리 사회에 아직까지 정의가 살아 있다”는 믿음에 안도하고 있다고 했다.

    검소하기로 소문나 있는 강 이사장은 ‘공짜는 없다’는 생활철학이 몸에 배어 있다. “지금껏 일손을 한시도 놓아 본 적이 없다”면서 오늘의 터전을 일구기까지 피땀 흘리며 살아온 과거사를 털어놨다.

    화장품 방문판매, 식당운영, 금방 운영 등 4형제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오면서 아끼고 절약해 온 습관이 몸에 배어서인지, 일하지 않는 자식들에게는 아직까지 단 한 푼의 공짜 돈을 줘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철저한 ‘주고 받기(give and take)’ 정신을 강조한다.

    남달리 일에 대한 추진력이나 집중력이 강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강 이사장은 젊은 시절 사격선수를 했다고 한다.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그만둬야 될 처지에 있을 때 담임선생님이 운동 특기자에겐 등록금 50%를 감면해 준다는 제안에 사격선수를 자원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400여명의 직원들에 대한 포용의 리더십과 따뜻한 카리스마가 눈에 띈다.
     
    고비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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