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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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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편견 깬 희망 울림에 감동 울렁

의령사랑의집 여성지적장애인 핸드벨 연주단‘소리샘벨콰이어’ 마산서 연주회 열어
아리랑·사랑으로·영화 OST 등 6곡 선봬
온몸으로 하는 핸드벨 연주에 감동 물결

  • 기사입력 : 2016-1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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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오후 7시 30분께 마산 3·15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소리샘벨콰이어가 핸드벨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의령사랑의집/


    장애를 딛고 일어서 감동적인 핸드벨 연주를 하는 지적장애인들이 있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7시 30분께 마산 3·15아트센터 대극장. 지적장애인 8명이 핸드벨로 비틀스의 ‘yesterday’를 연주하자 웅성거리던 객석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관객의 말문을 멎게 한 연주는 지적장애인 한 명 한 명이 박자에 맞춰 무릎을 구부렸다 펴는 등 온몸으로 만들어낸 울림이었다.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만치 아름다운 선율을 자아낸 단원들에게 관객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이날 이들은 ‘yesterday’ 외에도, ‘OB-LA-DI OB-LA-DA’, ‘사랑으로’, 영화 사운드오브뮤직 OST ‘Do-Re-Mi SONG’, ‘아리랑’, ‘you raise me up’ 등 총 6곡을 연주했다.

    이번 연주회를 준비한 소리샘벨콰이어는 ‘의령사랑의집’에 사는 1~3급 여성지적장애인 10명으로 구성된 핸드벨 연주단이다. 2010년 6월 창단된 이 단체는 매년 20회 이상의 외부공연에 초청되는 실력파 연주단으로 아시아지적장애인대회,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폐막식 오프닝 공연, 제1회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제, 제7회 경남아동·여성안전 지역연대의 날 초청공연 등 100여 국내외 행사에서 핸드벨 연주를 선보였다.

    소리샘벨콰이어가 오늘과 같은 연주단으로 거듭나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많았다. 지적장애로 악보를 보기 어려운 단원들은 전지 23장을 연결한 34m(‘아리랑’ 곡 기준)가량의 기다란 악보에 색깔 스티커를 음표마다 붙여 알아보기 쉽게 손수 바꿔야 했다. 곡 하나를 완벽히 소화하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요구됐다. 잦은 실수에 심적 부담을 느끼는 단원도 많았다. 음계에 따라 묵직한 핸드벨도 있어 팔에 통증을 호소하는 단원도 있었다.

    이러한 정신적·육체적 어려움에도 단원들은 서로를 독려해 가며 매주 3~4회에 걸쳐 1~2시간씩 연습을 했고, 공연 일정이 잡히면 오전·오후 두 차례로 연습량을 늘리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아 현재의 소리샘벨콰이어로 거듭나게 됐다.

    소리샘벨콰이어가 이토록 열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단원들과 지휘자는 사람들의 ‘관심’이라고 답했다. 핸드벨이 사람과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지적장애를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시선은 좋지만은 않다. 그래서 종종 장애인들의 소통은 좌절되기 마련이다. 의령사랑의집 지적장애인들은 한 체육센터에서 수영강좌를 신청하려다 비장애인과 함께 수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강을 거절당한 바 있다.

    지적장애가 있는지 모르고 다가온 사람들이 대화 후 장애를 확인하고 이들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상처로 단원들은 세상과 소통하는 데 두려움이 늘 앞섰다.

    하지만 핸드벨 연주 후 악기에 관심을 보이며 사람들이 진심으로 다가오는 것을 경험하며 단원들은 소통하는 두려움을 조금씩 극복했다. 비장애인들도 쉽게 하기 어려운 핸드벨 연주를 한다는 사실에 자신감도 생겼다. 연주를 통해 부족한 집중력도 향상되고, 단원들끼리 서로 더 가까워지는 계기도 됐다.

    단원 김연순씨는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사람들 시선 때문에 외출하는 것이 두려웠다”며 “하지만 연주단을 하며 자신감이 생겼고, 공연 덕분에 바깥 바람을 쐬니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수현씨는 “사랑의 집 가족들끼리 많이 다투기도 했는데, 연주를 시작한 후에는 분위기가 화목하게 바뀌어 좋다”고 말했다.

    창단 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처음 핸드벨 연주를 접하고 그 무대에 서길 바랐던 소리샘벨콰이어 단원들은 이제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매년 7월 프랑스 아비뇽에서 열리는 종합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백강희 지휘자는 “예술의전당 무대보다 더 큰 무대인 2013년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폐막식 오프닝 공연에서 세계인들이 보낸 찬사에 단원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린 적 있다. 그 감동을 앞으로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며 “요양원, 재활단체 등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곳에 재능기부도 계속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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