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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함양군 서상면 대로마을 서우식 이장

시골마을 희망찬 변신 이끄는 활기찬 이장님

  • 기사입력 : 2016-10-2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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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사회는 보통 스스로 나서서 하는 봉사를 자원봉사라고 부르고, 마을 이장은 최소한의 보수를 받고 있지만 행정의 자원봉사자라고 말한다.

    자원봉사는 사회 문제의 예방과 해결을 위해 자유 의지를 가지고 보수를 바라지 않고 개인이나 공동체에 혜택을 주기 위해 자신의 시간, 재능, 에너지를 투입하는 활동이다.

    이를 통해 공동체의 바람직한 변화와 함께 이웃과 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런 자원봉사자가 함양군 서상면 대로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이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서우식(56)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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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우식 대로마을 이장이 제2회 호박축제에 사용했던 대형 호박을 들어 보이고 있다.

    대로마을은 벼농사와 팽이버섯, 새송이버섯, 화훼 등이 주작목으로 46가구에 83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주민 가운데 16%가 80대 이상이다.

    서씨는 이 마을에서 6년째 이장직을 맡으면서 대로마을의 대혁신을 이루고 있다.

    큰가내라고 불리던 대로(大蘆)마을은 갈뫼소와 칠형정 마을과 더불어 세 축을 이루어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 마을에 취락이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는 삼국시대로 추정된다.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약 500년 전 김해김씨와 밀양박씨, 달성서씨가 옮겨와서 거친 땅을 개척했다고 전하고 있다.

    풍수지리상 서상에는 삼대 명당자리가 있는데 일금성(金城), 이백마(白馬), 삼칠형(七兄)이라 해 그중 백마는 큰가내(대로) 뒷산을 말하며, 이 명당을 찾아 18세기 말 유씨를 비롯한 여러 성씨가 모여들어서 정착하기 시작해 100여 호의 큰 마을을 이뤘다고 알려졌다.

    이장 서씨는 마을의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 보겠다는 취지로 2011년부터 대로마을 이장직을 맡으면서 그동안 잠재해 있던 재능과 에너지를 쏟아 산림청에서 공모한 ‘제1회 마을숲이야기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인 ‘으뜸상’을 수상해 마을 발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마을숲이야기는 그가 태어나고 자랄 때 봐왔던 마을 입구의 수백 년 세월을 간직한 소나무, 느티나무 등 제법 크게 어우러진 세 개의 숲을 생각하면서 산림청에 공모하게 됐다. 이 숲은 임진왜란을 겪은 뒤 주민들이 마을을 방어하기 위해 나무를 심으면서 유래됐다.

    숲은 특별한 의미를 붙여 아버지의 기상을 닮은 ‘아버지 숲’, 누구에게나 푸근한 ‘어머니 숲’, 마을의 주변 풍광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아들 숲’으로 부르고 있으며, 그는 대로마을을 알리는 데 남다른 홍보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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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로마을 건강관리공원과 마을 사업장.

    이후 2014년 9월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에서 공모한 ‘건강장수마을 공모사업’에서는 친환경 농작물의 생산과 대로마을 숲을 한데 엮어 자연친화적 마을임을 알린 결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우수사례로 선정된 대로마을 농촌건강장수마을은 건강관리공원 조성과 장류제조시설 사업장 설치로 주민들의 건강과 소득을 증대시키는 등 마을 회의와 토론을 통한 주민들의 능동적 참여, 마을 이장을 주축으로 노인회·부녀회·청년회 등 마을단체가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다.

    건강장수마을 공모사업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되자 함양군으로부터 마을발전 공로 인정 모범이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5년도에는 마을에서 생산하는 콩을 이용한 청국장, 된장 등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면서 행정자치부에서 선정하는 ‘2015년 마을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이후 콩 작목반을 만들어 선별기, 탈곡기 등을 구입, 시설사업 집하장과 건강장수마을 사업 부문에 메주 생산을 할 수 있어 마을 주민들과 화합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콩을 외부에 판매하지 않고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청국장과 된장을 만들어 소득을 올리는 등 마을 자체적으로 축적한 친환경 농작물 재배기술을 활용해 소득자원을 개발함으로써 공동체 생활 기반을 마련했다.

    그해 9월에 함양군 면지역별로 소규모 축제가 이뤄지고 있어 이장회의를 통해 서상면사무소에서 신청을 받았지만 아무도 신청을 하지 않자 그는 마을 주민들과 의논해 건강에 좋은 호박축제를 추진하자는 중지를 모우고, 마을주민들이 직접 키운 호박으로 고향 풍경을 연상하며 제1회 축제를 열었다.

    지난 9월 제2회 호박축제는 서상장수마을 호박축제위원회가 주관해 1200여만원의 적은 예산을 들여 30여 개의 체험프로그램 등을 선보였다. 그 결과 3~4일 이틀간 2000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1646만여원의 농특산물을 판매해 마을 소득을 올리는 등 작지만 큰 성과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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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우식 이장이 아버지 숲을 가리키고 있다.

    그동안 공모사업과 축제 등을 통해 디딤돌을 놓은 후에는 마을에 많은 특전이 주어지기도 했으며, 2016년 4월에는 함양군으로부터 ‘2016년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선정되는 등 이제는 마을 발전에 기본적인 조건을 모두 갖췄다.

    이를 계기로 마을 주민들이 꽃을 심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는 등 더 화합하고 살아가는 공간을 가꿔 간다는 인식 변화가 왔다는 것이다.

    서씨는 “참새가 전깃줄에 오래 앉아 있으면 총 맞아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기본적인 자료를 만들고 뛰어다니다 보니 가정 일을 돌보지 못한 것이 제일 힘들었다. 이제는 충전할 시간을 갖고 싶다”는 마음속의 얘기를 했다.

    “그동안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도 전하고 싶고 가정도 챙기면서 살고 싶다”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기도 했다.

    그는 “이장직을 수행하면서 주임무는 마을을 아름답게 가꿔 가는 것이었고, 마을 주민들이 많이 도와주고 격려해준 것이 더더욱 행복했다. 열심히 하나하나 만들어 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도와준 대로마을 주민들과 행정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글·사진= 서희원 기자 seh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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