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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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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블루스 시즌2 우리 동네 청춘] 경남 동네상권 앱 '넝쿨' 개발자 김영주 씨

“처음엔 '돈 벌어들이는 앱' 꿈꿨죠… 이제는 '돈 벌어드리는 앱' 꿈꿔요”

  • 기사입력 : 2016-09-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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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인구의 10%는 소상공인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음식점, 미용실, 꽃집 등 다양한 업종의 가게를 열고, 운영하고, 또 닫는다. 덩달아 이들 가게의 정보를 담는 앱 또한 넘쳐난다. 현재 1000여개의 생활정보 앱이 앱 시장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많은 앱 중 창원과 김해를 중심으로 경남지역을 특화해 만들어진 생활정보 앱이 있다. 이름하여 ‘넝쿨’. 동네 소상공인들이 얼기설기 얽혀 어우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IT 문외한이 앱을 개발하기까지

    김영주(38)씨는 경북 김천 출신, 30대 중반까지는 서울에서 살았다. 지금은 가족을 이끌고 내려와 창원에 둥지를 틀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 직장을 따라 1년 창원에 살았던 것이 전부다. 그 짧은 인연이 그를 이 먼 곳까지 불러온 걸까? 김씨가 창원에 내려온 것은 2013년 11월. 서울에서 홍보대행사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마침 회사는 39사단 이전사업과 관련된 홍보를 맡았고, 김씨는 이 업무를 맡으며 창원으로 발령났다. 그러니까, IT와는 관련 없는 일을 했다는 뜻이다.

    “마케팅을 하다 보니 부동산 관련 앱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순수하게 그 마음으로 창원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황민태 교수님을 찾아갔습니다.”

    황 교수를 멘토로 삼아 대학생 2명과 함께 직장생활 틈틈이 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졸업작품을, 김씨는 시제품을 만들어본다는 개념이었다.

    “이 과정에서 앱과 안드로이드 언어를 이해했어요. 그때 만든 게 맛집을 소개하는 ‘동네스토리’라는 앱이었는데, 신기하더라고요. 저 같은 문외한도 앱을 개발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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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주 위미르 대표가 창원시 마산회원구 경남지능형홈산업화센터에 있는 본사에서 넝쿨 앱의 개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넝쿨’을 시작하다

    결과적으로 ‘동네스토리’는 사라졌다. 하지만 김씨는 이 어설픈 앱을 통해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것은 ‘넝쿨’의 개발로 이어졌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강진욱(26), 한동규(28), 남민경(38)씨와 힘을 합쳐 ‘위미르’라는 이름으로 창업을 감행했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순한글. 개천에서, 그러니까 IT 불모지에서 용 한 번 내보자는 뜻을 담았다.

    “청년창업 보육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서 사무실을 냈어요. IT사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막막했죠. 그래서 소상공인들을 만나러 다녔어요. 자신의 가게가 소개되는 앱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 어떤 내용이 담기기를 원하는지 직접 들었습니다.”

    막 창업한 젊은이부터 베테랑 사장님까지 50~60명쯤 만나자 조금씩 가닥이 잡혔다. 그렇게 해서 2014년 8월 만들어진 앱이 ‘넝쿨’이다. 무료로 가게 정보를 등록할 수 있고, 직접 가게 설명을 입력할 수 있다. 가입비 1만1000원을 내면 사진을 최대 12장까지 탑재할 수 있는 등 부가적인 서비스가 추가된다.



    앱 생명주기를 늘리려면

    ‘넝쿨’ 이전에 창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생활정보 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맛집이나 핫 플레이스를 소개하는 앱들이 간간이 심심찮게 등장했으나 이내 사라졌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앱의 생명주기는 하루살이처럼 짧고 허망했다.

    “넝쿨 개발 과정에서 플랫폼 서비스를 제대로 이해했어요. 앱 개발자들의 포커스는 이용자를 늘리는 것에 맞춰져 있는데, 거꾸로 많은 소상공인들과 접촉해서 가입업체 수를 늘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정보가 늘어야 소비자가 찾아오는 거죠.”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일일이 동네 가게를 찾아다녔고, 올해 9월 현재 창원지역 업소 2만3000개, 경남 전체 업소 4만3000개로 가입업체 수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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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주 위미르 대표가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성승건 기자/


    큰돈 벌 욕심이 앞섰건만

    ‘넝쿨’을 통해 많은 지역 소상공인들과 온·오프라인으로 넝쿨처럼 엉켜 매출이 조금씩 올랐지만, 김씨의 마음 한편에는 또 다른 싹이 트고 있었다.

    “실사를 나가 보면 정말 양심적인 동네가게 사장님들이 많아요. 매일 새벽 어시장 가서 횟감 사오고, 직접 기른 유기농 재료를 쓰고… 그런데 마진이 높지 않으니 개업 6개월~1년 안에 폐업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김씨는 ‘돈이 돈을 벌고 빈곤이 빈곤을 부르는’ 자본주의의 명암을 지역 소상공인들의 고충 속에서 발견했다.

    “사장님들은 외로워요. 가게를 내고도 알릴 방법을 못 찾고요. 전단지, 현수막이 전부죠. 그런 사람들이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어떻게 대응하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큰돈을, 비교적 쉽게 벌려는 욕심에서 IT사업 시작했는데, 그분들 돕고 싶다는 애착이 생겨버렸어요. ‘넝쿨’로는 돈을 못 벌 거 같아요. 형편 어려운 거 뻔히 아는데 뭘 어떻게 하겠어요? 하하하.”



    동네 상권을 향한 무한애정

    김씨는 ‘넝쿨’을 운용하면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말한다. 동네상권을 데이터베이스화하다 보니 생긴 새로운 ‘시각’이다.

    “용호동에 지금 치킨집이 8개거든요? 면적에 비해 동일업종 비율이 상당히 높죠. 하지만 수요가 많다보니 비교적 다들 장사는 잘 됩니다. 문제는 9번째 치킨집이 용호동 상권에 진입하려 할 때 발생해요. 그땐 포화상태가 되거든요. 시장의 파이를 늘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제살 파먹기죠. 소상공인들은 그걸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요.”

    결국 김씨가 하고픈 것은 ‘소상공인들끼리 출혈경쟁을 막을 정보를 제공’하는 것. 창원지역 업소 6만개 정도가 ‘넝쿨’에 탑재되면 이러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상공인들도 소비자들도 득을 봐요. 일단 상공인들은 경쟁 강도가 약한 업종을 선점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한 장소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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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주 위미르 대표가 창원시 마산회원구 경남지능형홈산업화센터 내 사무실에서 직원과 앱 디자인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성승건 기자/

    젊은이들을 기용하는 이유

    현재 ‘위미르’의 구성원 대부분은 20대다. 개발업무에 강진욱(26), 지주현(31), 디자인에 김영희(29), 남민경(38), 영업에 한동규(28), 김용욱(26), 박미란(23). 초기에는 영업에 도가 튼 이들과 함께했다. 그러나 ‘노련한’ 영업방식은 오히려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소상공인들에게는 ‘장사하는 우리를 상대로 또 장사를 하는구나’ 싶었을 거예요. 그런데 젊은 친구들이 나서니까 많이 다르더라고요. 정직함, 순수함이 업무에도 녹아들거든요. 소상공인들 입장을 먼저 생각해요. 영업파트 친구들은 영업 나가면 이 가게 저 가게에서 이것저것 얻어먹고 다니느라 배가 터져요.”

    젊은 친구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다. 매번 가입비 1만1000원이 너무 싸다 싶어 비용을 올리자는 논의가 이어지지만 실제로 올린 적은 없다.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적인 생활정보 앱 가입비는 한 달에 3만~8만원 선. 그럼에도 어쩌지 못하는 것은 ‘싸고 좋은 정보로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되자’는 ‘초심’이 늘 발목을 붙잡기 때문이다.

    “젊은 친구들이 왜 초심을 잃어버리느냐고 한마디하면 정신이 번쩍 들어요. 실제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 모르는 국밥집 할머니가 ‘우리 가게 잘 알려달라’며 꼬깃꼬깃한 만원짜리 지폐 쥐여주시면 기분이 묘하거든요. 일종의 책임감 같은 거랄까요. 우리는 그 마음을 IT기술에 담는 거죠.”

    고집스럽게 지켜온 책임감 때문인지, 2013년 0원이었던 매출은 2014년 400만원, 2015년 1억400만원, 2016년 2억4000만원으로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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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주 위미르 대표와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청춘들에게 한마디

    청춘블루스의 대단원. 김씨에게 도전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덕담 한마디를 부탁했다.

    “매출이 전혀 없을 때, 매일 잠을 못 이뤘어요. 그리고 생각했어요. 이게 아닌가 보다, 그만두자. 그러던 어느 날 상남동에 한 족발집 사장님이 첫 고객이 돼주셨어요. 그러면서 ‘너희 같은 앱 차고 넘친다.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도 차고 넘친다. 너희가 버텨줘야 우리도 버틴다.’ 이 말씀 하시는데… 거기서 희망을 봤어요. IT는 분명 가능성이 있다, 계속 가보자 하고요. 제가 회사 다닐 때 직속 부장이 저보다 똑똑했습니다. 축적되는 것이 업무의 숙련도와 연결됐으니까요. 하지만 앞으로 사회를 지배할 신사업들은 경험치가 적고 사고가 유연한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행동하고 생각해도 늦지 않아요. 그 과정에서 엄청난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한번 해보세요. 하고 싶은 걸.”

    글= 김유경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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