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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문화를 누리는 新트렌드 '생활문화'

보고 듣는 문화 말고 스스로 만들고 즐기는 문화

  • 기사입력 : 2016-09-2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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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도성장을 부르짖던 지난날, 우리 국민은 문화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일에 매진하느라 시간이 없는 데다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년 현재 우리가 문화를 대하는 자세는 현저히 달라졌다. 주 5일제 근무가 정착되면서 바쁜 일상 속 재충전과 자아실현을 위해 여유 있는 삶을 선택하고 있다.

    경남에서도 경남도민예술단 운영과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 토요문화학교 등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사업과 주민의 문화 접근성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문화 영역 역시 다문화·다원화됐다. 이 흐름에 맞춰 새로운 문화 향유법을 개척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미술관과 공연장에서 전문적인 예술을 수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툴지만 창의적으로 문화를 생산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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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생활문화동호회대표자 워크숍. /경남문화예술진흥원·THE 공감/

    이같이 직접 문화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총족하기 위한 ‘생활문화 동호회’가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정부의 문화정책 역시 ‘콘텐츠 공급’에서 ‘사람중심 여가’로 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생활문화진흥원과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앞장서 생활문화 확산과 동호회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범위와 실태, 지원 정책, 활성화 정책 등 생활문화 전반을 짚어 본다.


    새로운 문화향유 트렌드 ‘생활문화’

    삶의 질을 따질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문화생활’이다. ‘문화생활’과 ‘생활문화’, 이름은 비슷하지만 의미는 다르다. 문화생활은 문화 가치의 실현에 노력해 문화 산물을 음미하고 즐기는 생활로 정의된다. 생활문화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생활을 소박하고 알뜰하게 문화적·위생적으로 꾸리는 일’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생활문화는 의미는 이와 차이가 있는데, ‘지역의 주민이 문화적 욕구충족을 위해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는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의미하는 지역문화진흥법 제2조 2항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생활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생활문화는 각 지역 문화시설을 이용해 개인이 하고자 하는 활동, 또는 개인과 개인이 공동체를 꾸려 하는 활동을 말한다. 더 나아가 개인과 공동체의 활동을 통해 생활 속 문화를 사회로 확산시키는 것도 포함된다.

    마을의 축제를 위해 마을청년회가 난타 공연팀을 꾸리고 어린이들이 풍물놀이를 연습하는 동호회를 결성하는 것 모두 생활문화라고 할 수 있다. 문화생활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예술·콘텐츠를 즐기는’ 수동적 활동인 반면 생활문화는 ‘본인 스스로 주체가 돼 예술·콘텐츠’를 만드는 주체적인 활동이다. 다른 사람이 제작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문화생활 활동이고, 내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을 하면 생활문화 활동이 된다. 보고 듣는 문화에서, 즐기고 생산하는 문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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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 거창하게 노래하는 농부들. /경남문화예술진흥원·THE 공감/


    생활문화·동호회 현황

    생활문화 지원 정책의 시작점인 ‘지역문화진흥법’은 주민이 주체로서 생활문화 활성화를 꾀하고 지역 특성이 묻어 있는 문화 생태계의 선순환을 유도해 문화국가를 융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전국의 생활문화를 견인하는 곳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생활문화진흥원이다. 지난 5월 13일 출범한 생활문화진흥원은 생활 속 문화 확산과 국민의 문화참여 욕구 해소에 힘쓰고 있다. 생활문화진흥원은 생활문화센터 조성과 생활문화동호회 활성화, 전국생활문화제 개최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생활문화진흥원은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커뮤니티인 ‘생활문화센터’를 지정해 거점으로 삼고 있다. 2016년 9월 현재 70여 개가 조성돼 28개 시설이 운영 중이다. 도내에서는 현재 거창 하성초등학교, 밀양 신안마을복지회관, 밀양 옛 백산초등학교가 문을 열었고, 옛 하동 축지초등학교가 개관을 앞두고 있다. 폐교인 하성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문을 연 거창 하성 단노을 생활문화센터는 문화진흥원에서 진행하는 ‘문화이모작’에서 ‘어르신백일장’ 장관상을 받는 등 동호회의 연습공간과 지역민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생활문화 인프라인 생활문화센터와 문화원, 주민센터를 바탕으로 한 생활문화동호회가 꽃을 피우고 있다. 생활문화동아리란 주민들의 일상적 문화향유를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모임으로 직장인 모임, 아파트단지 모임, 주민자치센터 또는 문화원 수강생 모임 등 생활권 내에서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문화예술 관련 동아리를 의미한다. 장르는 음악, 전통예술, 무용, 문학, 미술, 서예, 공예, 사진, 디자인 등 예술 전반을 포함한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지난 2월 도내 생활문화동호회 현황을 조사한 결과 등록된 동호회는 85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생활문화동호회 특징상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고 결성과 해체가 자유롭다는 점 때문에 수치상으로 정확한 통계를 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진흥원 담당자는 “미등록 동호회를 포함하면 어림잡아 도내에 3000~4000개에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생활문화 활성화 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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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줌마댄스, 마산합포구 동서동주민센터. /경남문화예술진흥원·THE 공감/


    경남 생활문화 지원정책

    진흥원은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여가문화 조성에 대한 생활문화 관심이 커지자, 이에 발맞춰 생활권 문화인력 양성(문화이모작)과 주민 주도의 문화공동체 지원(문화우물), 지역문화 기획자 양성(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사업) 등 생활밀착형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춘근 진흥원 정책부장은 “생활문화는 지역문화예술발전을 위한 실뿌리이자 토양이며, 전문예술인의 활동기반이 된다”며 “앞으로도 도내 생활문화동호회 지원을 통해 문화예술의 일상화를 정착시키고자 한다”고 지원 방침을 밝혔다.

    진흥원은 ‘예술로운 생활’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동호회를 지원하고 있다. 진흥원은 지난 8월 12일 선정된 41개 동호회 대표자 워크숍을 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동호회 활동내용을 공유하고 장르별·권역별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장르별 교류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전통예술과 밴드·댄스, 음악 장르 동호인들의 연합공연이 펼쳐졌고, 사진·영상·미술·공예 분야 동호인들의 전시가 남아 있다.

    도내에 흩어져 있는 자생적 생활문화동호회를 지원하기 위해 경남도와 진흥원이 나서 다음 달 15일 진주에서 제1회 경남생활문화예술제를 연다. 이 축제에서 생활문화동호회 교류프로젝트를 통해 모집된 동호회들이 연합공연을 하는데, 우수동호회에 뽑히면 10월 말 열릴 전국 생활문화제에 참여할 수 있다. 생활문화센터와 동호회를 아우르는 전국생활문화제는 지난 2014년부터 열리고 있다. 전국에 있는 생활문화동호회가 참여해 갈고닦은 솜씨를 뽐내는 축제로, 기존 문화단체들이 기획하는 일방적인 콘텐츠 제공 방식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생겨난 주민 네트워크형 문화콘텐츠 축제라는 데 의미가 있다. 매년 참여 규모가 늘어나고 있어 생활과 지역이 바탕이 되는 문화의 일상화로, 모두가 함께 즐기는 문화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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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밴드, 양산 DK밴드. /경남문화예술진흥원·THE 공감/


    체계 확립·활성화 정책 필요

    경남의 생활문화 정책과 사업은 진흥원에서 로드맵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태동 단계여서 아직 체계적이거나 활성화되지 않은 실정이다. 진흥원은 ‘권역별 생활문화동호회 교류’를 통해 이러한 역할에 발을 내딛고 있다. 진흥원이 지난 7월 공모한 권역별 생활문화동호회 교류 프로젝트는 문화융성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생활문화진흥원이 주최하는 사업으로 동호회의 교류행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41개 단체가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으려면 활성화 지원체계 확립과 자생적 모델 구축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원, 문화의집 등 생활문화시설과 동호회, 예총, 민예총, 지역문화 기획자를 매칭해 지속적인 네트워크로,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한 거버넌스가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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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 반야무용단 ‘화관무’. /경남문화예술진흥원·THE 공감/

    또 생활문화 인프라를 활용하고 여가를 즐기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와 재계, 민간단체가 힘을 모아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취미생활을 권장하기 위해 제정된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이 지난 2015년 12월 시행됐다. 국민이 여가를 보장받을 권리와 국가·지방자치단체에서 여가 증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할 의무 등 총 17가지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가 활성화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체감할 단계는 아니다. 회사의 눈치를 보느라 제때 퇴근하지 못하거나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근로자가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에서 나서 문화, 예술, 인문, 자연 등 다방면의 교육과정을 개설·운영하는 한편 근로자의 여가선용을 위해 비용·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밖에도 국민의 여가 보장을 위해 기업과 지자체, 민간단체가 나서 자유로운 여가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와 개인에 대한 지원, 직원들의 여가활동을 장려하는 우수 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시상 등을 통해 건전한 여가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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