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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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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진주 ‘정병규 통나무학교’ 정병규 교장

“나무·흙과 함께하는 건강한 삶, 많은 사람이 누렸으면…”

  • 기사입력 : 2016-08-1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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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생활하며 마련한 아파트서 살며
    아이들 감기·아토피에 안타까워하다
    우연히 신문기사 읽고 통나무집 관심
     
    국내 동호회 찾아다니며 기초 익히고
    캐나다·미국 등서 전문기술도 습득
    현장서 직접 설계·시공 등 경험 쌓아
     
    지난 2008년 통나무학교 문 열어
    지금까지 1000여명 정기교육 이수
    “한국형 친환경 주택 개발·보급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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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나무집에서 사는 것은 인간이 자연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것입니다.”

    우연히 통나무집의 기능과 멋에 빠져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통나무 건축에 대한 공부에 매진해 관련 분야 전문가로 우뚝 선 정병규(59)씨. 통나무집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아닌 통나무집에 대한 전문기술자인 동시에 뚜렷한 철학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 그는 자연소재의 통나무집과 황토집 등을 널리 보급하고 자신이 어렵게 배운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진주시 대곡면 마진리에 ‘정병규 통나무학교’까지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한옥의 장점과 서양의 통나무집 건축기술을 접목해 저렴한 비용으로 지을 수 있는 한국형 친환경 주택을 개발해 널리 보급하는 것이 꿈이다”는 정 교장은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리는 건축소재가 나무와 흙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 전원마을이 통나무집이나 황토집으로 조성된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정감이 가겠느냐”며 통나무집 예찬론을 펼쳤다.



    ▲통나무 건축 입문

    시골에서 태어난 정 교장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10여년간을 열심히 일해 1990년도에 내 집 마련을 했다. 평소 원하던 아파트를 분양받아 자식들을 키우며 생활하던 중 겨울만 되면 아이들이 감기와 아토피 등으로 병원에 자주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다가 우연히 통나무집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었다.

    콘크리트 집에 비해 건강생활을 할 수 있다는 각종 효과론을 접하고 단박에 매료돼 버린 정 교장은 통나무집이나 황토집을 지어 자연과 가까운 전원생활을 하는 꿈을 꾸면서 통나무집 기술을 접하기 시작했다.

    정 교장은 “기초부터 전문적인 부분까지 배우고 싶었지만 당시 국내에서는 그런 체계적인 이론과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곳이 없어 국내에 몇 개 있던 동호회를 찾아다니면서 기초적인 부분을 익혔지만 이것만으로는 집을 짓기가 어려웠다”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정확한 기술을 배우고 싶어 결국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캐나다로 건너가 6개월간 통나무집 건축기술을 익혔다”고 회고했다.

    그는 외국까지 나가 통나무집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을 익혔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다고 여겨 당시 문화관광부가 펼친 전통한옥기술 강좌에 입문, 1년간 전통한옥 건축을 배웠고, 이후 미국 임산물협회에서 교육하는 목조건축 기술도 익혔다.

    하지만 친환경 주택인 통나무집 한 채를 짓는 데는 목조건축에 대한 전문적 기술도 필요하지만 건축하는 땅의 토목, 기초, 설비 등 따라야 하는 많은 분야의 기술과 노력이 필요해 그는 결국 현장으로 나가 직접 설계하고 시공도 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통나무집의 장점

    정 교장은 “통나무집과 흙집은 무공해 건축자재이며,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건강이다”며 “나무와 흙은 우리 인간들에게 가장 친밀한 건축자재로, 나무와 흙에서 나는 특유의 향기는 사람들에게 자연 그대로의 신선함을 제공해 조화로운 삶을 누리게 한다”고 통나무집에 대한 예찬론을 요약한다.

    그는 “수백 년의 세월을 머금은 나무로 지은 집, 그것이 현대의 통나무집이든지, 우리 전통의 한옥이든지, 수백 년 유지·보전되고 있는 건축물이 있다는 것은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며 “나무와 흙은 살아 숨쉬면서 습기가 많을 때는 습기를 흡수하고, 건조할 때는 습기를 방출하기 때문에 실내 습도를 조정해 사람의 건강에 매우 유익하다”고 장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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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시 대곡면 마진리에 위치한 ‘정병규 통나무 학교’ 교실에서 정 교장이 모형 통나무집을 놓고 건축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통나무 학교

    자연 속에 전원주택을 가져보고 싶은 꿈을 가진 도시민들이라면 한 번쯤 내 손으로 통나무집, 황토집을 지어보고 싶은 생각을 가져봤겠지만, 마땅히 집짓는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없고 배우기도 어렵다.

    정 교장은 “이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어느날 내가 살 집을 내 손으로 지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초부터 완성까지 모두를 가르치는 체계적인 교육공간을 마련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배운 기술을 혼자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널리 알리고, 그렇게 어렵지 않게 저렴한 비용으로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꿈을 실현시켜 주고 싶었던 것이 통나무 학교를 설립하게 된 배경이다”고 밝혔다.

    2008년 10월에 진주시 대곡면 마진리 마진마을에 폐교된 마진초등학교를 임대해 문을 열게 된 ‘정병규 통나무학교’는 지금까지 총 77기 1000여명이 정기교육을 이수했다. 또 이들 졸업생 외에도 통나무학교에서 운영하는 각종 세미나 참여 등으로 이곳을 거쳐간 무료교육생도 1500여명이나 돼 예상외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정 교장을 설명했다.

    정 교장은 “이곳에서 통나무 건축 기술을 배운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동호회를 결성해 서로 품앗이 형태로 저렴하게 전원주택을 짓기도 해 통나무 학교 설립 목적을 실현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어 매우 흐뭇하다”며 “정병규 통나무학교를 졸업하고 개인사업자 또는 건축현장에서 기술자 등 전문직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원도 50여명이나 된다. 이들 모두가 폐기물 없는 자연소재로 전원주택을 짓고 보급하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주고 있는 것 같아 너무 감동스럽다”고 말했다.

    정병규 통나무 학교에서는 통나무 건축을 위한 기초, 주춧돌 놓기, 골조를 비롯해 지붕올리기, 통나무 벽체 만들기, 바닥난방, 창호 등 통나무 건축에 대한 모든 이론과 실기를 배우고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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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규 교장이 사무실에서 통나무집과 관련된 자료를 검색하고 있다.


    ▲향후 꿈

    정 교장은 생태건축인 통나무 집, 황토건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금보다도 더 체계적인 시스템의 건축기술을 개발해 누구나 쉽고 저렵하게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건축기술, 생태건축 보급에 나서고 싶어 한다.

    “전원마을이 통나무집이나 황토집으로 많이 조성된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정감이 가겠느냐. 많은 사람들이 통나무집이 외국에만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내에서도 손쉽게 건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며 “한옥의 장점과 서양의 통나무집을 접목해 한국형 친환경 주택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권했다.

    “자연과 잘 조화가 될 수 있는 생태건축, 보다 더 발전된 건축물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한다”는 정 교장은 “거부감 없는 자연소재를 활용해서 자연과 가까운 통나무집, 황토집을 더 많이 지어 보급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꿈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강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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