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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취업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 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 교양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15-08-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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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7일은 제67주년 제헌절이었다. 1948년 제헌국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正體性)과 기본적인 이념 및 목적이 담긴 헌법 (憲法)을 공포했다.

    그로부터 67년 동안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눈부신 발전을 이뤄왔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에도 요즘 여야 (與野)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자녀 취업 특혜 의혹’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운 빠지게 한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소위 말하는 고관대작(高官大爵)의 반열(班列)에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종종 들려오는 ‘자녀 취업 특혜 및 청탁 의혹’이란 뉴스는 과연 우리나라가 법치국가인지 의심이 든다.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법은 만인(萬人)에게 평등하다는 말이다. 모 언론사의 보도에 의하면 청년실업률이 9.4%(올 7월 기준)로 취업 준비생만 63만명, 여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거나 각종 고시(考試) 준비생을 포함하면 무려 116만명으로 체감 실업률은 23%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들려오는 우리 사회 갑(甲)들의 ‘자녀 취업 특혜 의혹’은 실망감만 더해 준다.

    더구나 국내 대기업들이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자녀들을 위해 취업과 해외연수, 고속승진 등의 특혜를 주는 이른바 ‘토털 케어 (total care)’ 시스템이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고 하니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은 이들에게만은 ‘특혜권’으로 변질되고 있다. 한 보도에 의하면 대기업의 신입사원 입사자 중 70% 정도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서 선발되고, 30% 정도는 직간접적으로 부모의 후광(後光)을 업고 들어온다고 하니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또 한 번 상실감만 안겨주고 있다. 심지어 채용과정에서 “우리 아이가 떨어져도 좋으니 최종 합격 발표 전에 미리 결과만 알려 달라”고 해 완곡하게 압박을 가해 자녀의 취업을 성사시킨다고 하니 개탄스러울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이 부실하거나 탈세 의혹이 있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나 국정조사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 고려와 조선시대에 음서제도(蔭敍制度)가 있었다. 이 음서제도(蔭敍制度)란 ‘고려와 조선 시대, 나라에 공(功)을 세운 신하나 지위가 높은 관리의 자손을 과거(科擧)를 치르지 않고 관리로 채용하던 제도’로 대대손손(代代孫孫)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특혜를 준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인 지금도 ‘현대판 음서제도’가 판을 치고 있으니 정치권은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놔야 하지만 이 또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기분이라 씁쓸하다.

    한겨레신문사의 경제사회연구원이 전국의 성인 1500명(20~35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사회는 노력에 따른 공정한 대가가 제공된다’는 응답이 13.9%, ‘공정한 대가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86.1%로 나타났으며, ‘사회적 성취에서 부모의 경제적 지위보다 나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이 27.3%에 그친 반면에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더 중요하다’는 응답이 72.7%로 나타났다.

    결국 자신의 노력만큼 대가가 제공되지 않고,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우리시대 청년들의 인식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사회 경험과 여러 번의 취업 실패 등을 통해 나타난 결과라서 개인의 노력이나 진취성에 대한 기대와 동력을 잃게 만든다.

    우리 모두가 기대하고 염원하는 세상은 참 단순하다.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니 정치권이 해야 할 일도 단순하다.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게 되는 정정당당한 세상, 사는 맛이 나는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박익열 (경남과학기술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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