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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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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찾아서… (4) 남해 남면 남해자연맛집

입안에 꽉 차는 싱싱한 바다맛

  • 기사입력 : 2015-04-2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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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호사스러운 게 또 있을까?

    남해는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남해섬에서도 남쪽, 남면 해안을 따라 달리다 보면 바닷물을 호수인 양 껴안고 있는 앵강만을 만난다. 월포해수욕장과 가천다랭이마을 사이에 끼어 있는 홍현마을. 앵강만을 앞에 두고 바다호수 건너 정면으로 금산과 비스듬히 서포 김만중 선생의 유배지 노도를 바라보고 있는 마을이다. 남해 전복 생산지로 유명한 이곳에 우리가 찾는 맛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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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바닷속 풍경을 단순하게 그린 벽면 위에 ‘어서 오시다’라는 남해 토속말이 손님을 반기는 ‘남해자연맛집’. 별다른 꾸밈이 없는 상호가 인상적이라면 인상적이다. 사전 정보가 없다면 무엇을 주 메뉴로 하는지도 알 길이 없다.

    주변 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남면 꼭두방 해안의 멋진 펜션지대를 지나온 탓인지, 상대적으로 별다른 인테리어 없이 밋밋한 식당 내부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신선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바다를 향해 트여 있는 식당 전면부를 통해 앵강만 푸른 파도가 넘실대며 손짓한다. 작업배들이 금세 식당 안으로 활어를 갖다댈 만큼 가까이 떠 있어, 바다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의 무료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아무튼 ‘자연맛집’이란 식당 이름은 자신감 없이 제멋대로 갖다 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잖는가? 주인장의 그 자신감을 믿고 권하는 밥상을 받아보기로 했다.

    “가을 전어는 구워먹고 봄 전어는 회로 먹는다고 하니더. 기름기가 많고 덩치가 커진 가을 전어에 비해 봄 전어는 부드럽거든예.”

    서비스 차림으로 나온 철 이른 전어회를 보고 놀라는 객들에게 주인장인 김경진 대표가 투박한 설명을 이어간다. 계절따라 이런 밑반찬은 바뀌니 참고로 하라면서 전어회, 전어초무침, 멍게, 군소, 굴찜을 내려놓는다. ‘밑반찬?’ 나름 한가락씩 하는 해산물들을 밑반찬으로 전락시키는 김 대표의 덤덤한 말투가 주 메뉴에 대한 기대를 부풀린다. 해산물 밑반찬들도 모두 앵강만산이라고 한다. 결국 밑반찬계의 터줏대감 격인 부추전, 양상추 샐러드, 나물은 한쪽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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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늘전복찜

    주 메뉴는 마늘전복찜, 전복회, 참소라회. 거무스레한 생톳을 깔고 나온 요리 접시가 낯설다. 맛깔나게 보이려면 대체로 생생한 푸른 잎 채소를 데코레이션하는데, 톳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톳은 바다것을 주인공으로 하는 ‘남해자연맛집’만의 특징. 물 좋은 해산물이 요란한 장식 없이도 명품 밥상을 만든다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남해 특산물인 마늘과 궁합을 맞춘 마늘전복찜은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식이다. 굵은 통마늘과 전복을 통째로 찜솥에 쪄냈다. 특별식이지만 특별한 조리법이 따로 없단다. 옅은 간장을 밑간으로 쪄내기만 했다는 김경진 대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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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늘전복찜

    “전복 취급만 하다가 1995년에 전복회와 전복죽으로 식당을 개업했어예. 당시 남해전복축제 관련자가 관광객을 위해 새로운 메뉴를 하나 만들어 보는게 어떻겠냐고 하는 바람에 만들게 됐습니더. 싱싱한 남해군의 맛으로 먼저 떠오른 것이 마늘이었고. 전복에 얹으면 맛도 맛이지만 건강식으로도 그만이겠다 싶었지예.”

    이제는 ‘남해자연맛집’의 대표 메뉴가 된 마늘전복찜은 최소한의 양념으로 보들보들하게 쪄낸 전복에 한 숨 죽은 마늘향이 더해져 특별한 맛을 낸다. 진한 양념 없이 말 그대로 자연의 맛을 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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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복회

    어른 손바닥에 그득 찰 만한 크기의 전복껍데기에 소복하게 썰어져 나온 전복회는 그냥 자연 그대로의 맛이다. 도회지에서는 비싼 가격 탓에 큰 맘 먹고 접하는 전복회가 이 집에서는 가장 심심한 메뉴에 들어간다. 초고추장과 참기름장 어디에 찍어도 비릿한 바다내 없이 싱그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주인장의 설명에 따르면 찜으로는 양식 전복을 쓰고, 회로는 자연산 전복을 쓴다. 자연산이 양식에 비해 쫄깃한 식감이 더하지만 먹기에는 양식이 좋다고 한다. 어떻게 구별하냐는 질문에 접시 위의 패각을 뒤집어 설명해준다. 거무스레 진한 갈색을 띠는 것은 자연산이고, 푸른 빛을 띠는 것은 양식이라고. 내친김에 패각에 나 있는 구멍을 보고 나이를 세는 법도 알려준다. 전복의 ‘호흡공’인 껍데기 구멍 하나를 한 살씩 쳐가면 된다는데, 상 위에 오른 전복들은 거의가 8~9 개의 구멍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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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복회

    “자연산이다, 양식이다 굳이 나누지만 앵강만의 양식 전복은 자연상태에서 성패가 된 경우거든예. 말이 양식이지 자연산과 다를 바가 없니더. 진정한 자연산은 찾기가 어렵습니더. 양식한 치패를 잠수부들이 방류해서 키운다 해도 60% 정도만 생존합니더. 해녀들이 작업해 건져내는 건 그중에 절반도 안 되고.”

    남해전복영어조합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김 대표는 자체 종패장을 갖고 있다. 1~2년 키워서 앵강만에 살포한다. 11명의 제주도 출신 해녀들이 전복을 비롯한 참소라, 해삼, 멍게, 개불, 키조개를 잡아 올린다. 덕분에 식당을 방문한 손님들은 싱싱한 해산물을 구입해 갈 수도 있다. 남해안의 완도와 남해에서 나는 참전복은 제주산 오분자기보다는 크고 값도 싸다. 크기면에서 참전복보다 큰 동해안의 말전복은 참전복에 비해 맛과 향에서 좀 떨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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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소라회

    전복과 비슷한 맛을 내는 참소라회도 무시 못할 이 집의 먹거리. 불그레한 흰 색의 소라살은 전복보다 더 쫄깃한 식감을 갖고 있다. 탱글탱글한 식감 때문에 전복과 많이 혼용해 쓰인다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바다향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장을 참기름에 볶아서 불린 찹쌀과 함께 끓여낸 전복죽이 자연 밥상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뭉텅뭉텅 들어간 전복살이 심심찮게 씹히는 죽은 뜨듯하고 담백한 맛으로 속을 편안하게 달래준다.

    입맛 다시게 하는 화려한 상차림도 아니고, 그렇다고 혀끝에 달짝지근하게 들러붙는 양념맛도 아닌 ‘건강한 맛’이라고 해야 할까? 숟가락질에 여념 없으면서도 머릿속은 맛 표현을 찾아 복잡하기만 한데, 김 대표가 툭 던지는 한마디가 고민을 해결해준다.

    “신선도 면에서 최고라고 자부합니더.”

    식재료의 싱싱함 앞에 음식맛이 이러니 저러니 무슨 긴 말 필요하겠는가. ‘남해자연맛집’의 맛은 앵강만의 신선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글·사진= 황숙경 기자 hsk8808@knnews.co.kr

    ▲남해자연맛집(대표 김경진)〓남해군 남면 남면로 219-42, ☏ 055-863-0863, 010-3838-9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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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바래길 제2코스>


    ▲주변관광지

    △남해바래길 제2코스=일명 앵강다숲길. 가천다랭이마을 바다정자→ 홍현 해라우지마을→ 두곡·월포해수욕장→ 미국마을→ 화계→ 원천, 총 14.6㎞, 5시간 소요. 앵강만을 중심으로 남면, 이동면을 걸쳐 9개 마을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길이다.

    △두곡 월포해수욕장= 남해군 남면 당항리 535. 월포, 두곡 두 개 마을에 이어져 있다. 너비 약 70m, 길이 약 900m 규모로 몽돌과 모래가 적당히 섞인 해수욕장이다. 방풍림으로 조성한 소나무숲이 바람막이를 하고 있다. 꼭두방과 방파제 주변이 낚시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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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천다랭이마을>

    △가천다랭이마을= 남해군 남면 홍현리 849, 높이 5.9m의 수바위, 4.9m의 암바위와 남해인의 근면성을 보여주는 다랑논으로 유명하다. 마을 뒤쪽의 설흘산(488m)은 망산과 인접해 있어 남해바다를 조망하며 등산을 즐기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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