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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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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신년리포트- 아침을 여는 사람들 (2) 생활쓰레기 수거 환경미화원 체험기

도심 쓰레기수거 체험기 "기자 양반, 너무 설치면 다쳐"
술 마시던 창원 상남지구 그곳서…한겨울 추위에도 땀 범벅

  • 기사입력 : 2015-01-0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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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제(왼쪽) 기자가 5일 새벽 창원시 성산구 상남상업지구에서 생활쓰레기 더미를 수거 차량에 싣고 있다./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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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새벽 창원시 성산구 상남상업지구의 풍경. 생활쓰레기 더미들이 가득하다./김승권 기자/


    새해 시작부터 도시와 삶을 정화시키는, 한마디로 인류애 넘치는 일을 경험했다.

    기자라면 그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특별한 시점에, 남들이 하지 않는 취재를 한 건씩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일까?

    경남신문 을미년 신년리포트 ‘아침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주제에 걸맞은 독특한 체험을 하기 위해 구린내 나고 위험해 보이는 ‘생활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지옥의 고통과 천당의 희열을 모두 체험했다.

    지난 5일 새벽 5시 20분,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중심상업지역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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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제 기자가 5일 새벽 창원시 성산구 상남상업지구에서 생활쓰레기를 쓰레기 수거 차량에 싣고 있다.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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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제 기자가 5일 새벽 창원시 성산구 상남상업지구에서 생활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김승권 기자/

    창원시 생활쓰레기 위탁처리 업체인 유진산업(주) 소속 쓰레기 수거차량이 전조등을 밝히며 세광병원 뒤편으로 들어왔다. 창원시와 쓰레기 처리 전문업체인 유진산업(주)의 협조로 기자가 체험하러 온다는 사실을 안 작업반장과 환경미화원들이 간단한 작업 요령을 설명했다.

    그러더니 이들은 차 시동을 걸어 곧장 생활쓰레기 더미를 향해 돌진했다. 미화원들의 손놀림을 보니 수거해야 할 쓰레기를 더미 속에서 골라내 차에 싣는 일을 하는 것 같았다.

    기자는 차보다 앞서 달려가며 종량제 봉투에 든 생활쓰레기를 찾아내 차에 속속 실었다. 옆에서는 숙련된 미화원들이 50ℓ, 100ℓ짜리 대형 쓰레기 뭉치를 번쩍번쩍 들며 차에 실었다.

    처음 몇 번은 10ℓ, 20ℓ짜리 쓰레기만 골라 실었는데 미화원들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50ℓ, 100ℓ짜리 봉투도 힘껏 들어봤다.

    무리하는 게 아니었는데…. 기자는 곧 후회했다. 손목이 휘어지고, 허리가 삐걱거려 하마터면 병원으로 실려갈 뻔했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은 나태함에 대한 응징이다.

    미화원들도 “기자 양반, 체험한답시고 너무 설치면 다쳐요”라며 기자의 호기를 경계했다.

    ‘선배 미화원’의 충고를 귀에 담은 뒤 작업의 강도를 서서히 올렸다. “차를 타고 이동합시다”는 선배 미화원들의 말을 무시하며 차량 뒤를 뛰어서 따라갔다.

    ‘10분, 20분…헥헥~, 30분…헥~~헥~~아이고, 팔 다리 어깨 허리야~~ 40분, 50분… 마칠 때 멀었나?’(기자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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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제(오른쪽) 기자가 5일 새벽 창원시 성산구 상남상업지구에서 생활쓰레기수거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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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제(왼쪽) 기자가 5일 새벽 창원시 성산구 상남상업지구에서 생활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김승권 기자/

    한겨울 추위에도 땀이 온몸을 적시고, 안경에는 수증기까지 생겨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혹한기 훈련을 3년이나 겪은 대한민국 해병대 출신이 이 정도로 무너질 순 없었다.

    쓰레기 수거차량은 상남상업지역의 할당된 곳을 지그재그 운행하며 일했다. 이 구역은 기자가 20년 넘게 모임, 회식을 즐겨해 온 아지트다. 그런 아지트가 새벽마다 ‘쓰레기 수거 전쟁’을 치르고 있다니….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새벽까지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취객들 사이를 오가며 쓰레기를 모았다.

    시내에 야적된 쓰레기를 쭉 훑어보니 쓰레기를 배출한 주인의 인품도 보였다. 종량제 규격봉투의 크기를 훌쩍 넘는 검은색 비닐봉지를 매달아 테이프나 끈으로 칭칭 감아 배출하는 ‘기형 배출’이 많았다.

    유리잔과 컵 등 살벌한 내용물을 아무렇게나 봉투 겉면에 배출하는 ‘위험한 배출’도 부지기수였다.

    쓰레기 봉투를 묶지 않아 봉투 속 내용물이 쏟아져 거리를 어지럽히는 ‘구토물 배출’도 큰 문제였다. 음식물 쓰레기는 일반쓰레기와 분리배출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새벽시간 도심지 일대가 쓰레기 국물 냄새로 진동했다.

    전국 최고의 상업지역을 자랑하는 상남동이 개념 없이 배출한 쓰레기들로 흡사 아수라장을 연상케 했다.

    “펑-펑, 쨍그랑, 쏴~쏴~~”

    잘 배출된 쓰레기는 차량의 적재함에 흡입되면서 조용하게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기형적으로, 위험하게 배출된 쓰레기들은 적재함에 빨려 들어가면서 유리병과 유리 종류의 잔들이 터지거나 깨지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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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제 기자가 5일 새벽 창원시 성산구 상남상업지구에서 생활쓰레기를 쓰레기 수거 차량에 싣고 있다.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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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제 기자가 5일 새벽 창원시 성산구 상남상업지구에서 생활쓰레기를 쓰레기 수거 차량에 싣고 있다. /김승권 기자/

    음식물 쓰레기가 담겨진 봉투에서는 고린 냄새를 풍기는 물줄기가 분출되면서 기자의 얼굴과 옷을 적셨다. 썩은 음식 국물을 뒤집어 썼다고 싫은 내색을 할 수도 없었다.

    기자는 오늘 한 번 체험이지만, 옆에서 ‘직업’으로 매일 묵묵히 일하는 미화원들에게는 그런 싫은 표정을 보여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취객 중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서 그 장면을 무용담처럼 자랑이라도 했다면 덜 억울했을 텐데.

    그렇게 1시간 가까이 상남상업지역에서 작업한 후 인근 상남동 대동아파트와 토월동 성원아파트로 향했다.

    새벽 3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차량을 운행하는 성종기(56) 작업반장은 “누가 해도 해야 하는 일인 만큼 우리들이 있어 거리와 도시가 깨끗해진다면 이 일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어 보였다.

    이날 환경미화원 선배 역을 도맡은 김권세(58)씨와 이금섭(62)씨는 “쓰레기를 배출할 때는 봉투를 잘 묶어서 배출하고, 깨진 유리잔 등 위험한 물건은 신문지로 잘 싸서 깊숙이 넣어 배출하면 더 쾌적한 도시, 더 안전한 수거가 될 것”이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기자의 체험이 2시간을 훌쩍 넘는 사이 아파트 높다란 건물 사이사이로 아침 해가 비쳤다. 여명에 비친 이들의 작업복과 온몸에서는 ‘청결 요정’의 상큼한 향기가 풀풀 날렸다. “또 뵙겠습니다”는 인사를 하면서 남들이 잠든 새벽 조용한 노동으로 화려한 사회를 만드는 이들에게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조윤제 기자 ch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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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쓰레기를 쓰레기 수거 체험을 마친 조윤제 기자.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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