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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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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117) 고3 설세린 학생과 함께한 ‘자기소개서’ 다듬기

‘내 얘기’ 더 솔직하게, ‘내 미래’ 더 확신있게
방과후학습 과정·결실 생생하게 쓴
자기주도학습 내용 감동 불러일으켜

  • 기사입력 : 2013-08-2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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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 합포고 3학년 설세린 학생이 대입 수시모집을 앞두고 학교에서 자기소개서를 다듬고 있다./성승건 기자/


    8월 말은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제출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느라 땀 흘리는 시기입니다. 지난달 창원 합포고등학교 특강을 마친 후에 끝까지 남아 질문하던 한 학생이 제게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썼는데 아무리 읽어도 뭔가 허술하다며 조언을 부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메일 답장 글로 설명해 줄까 하다가 직접 학교로 찾아가서 1대 1 상담을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논술탐험에선 합포고 3학년 설세린 학생과 나눈 얘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세린: 안녕하세요. 기대도 안했는데, 이 더운 날에 일부러 학교까지 와 주시다니 정말 감동이에요.

    글샘: 메일로 보내준 자기소개서 원본이 너무 엉망이라 구제해주러 온 거야. 하하하. 그건 농담이고. 내용은 아주 좋은데 왠지 진실성이 없는 것 같아 그 이유가 궁금해서 왔단다.

    세린: 그렇죠? 제가 썼는데도 내용이 허술하고 진실성이 부족해 보여요. 아무래도 제가 지망하는 학과의 자기소개서 평가 비중이 40%나 되니까 부담이 컸던 것 같아요.

    글샘: 특강 갔을 때 진실하게 써야 한다고 강조했는데도 왜 그렇게 썼을까? 성장환경 부분에 어머니 얘기가 전혀 없어서 난 처음에 세린이가 한부모 가정에서 동생들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는 줄 알았거든.

    세린: 죄송해요. 제가 유아교육과에 입학해 나중에 유치원 교사가 되는 게 꿈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돌보는 걸 좋아한 제 성격을 성장환경에 맞추려다 오버(?)한 것 같아요. 어머니 얘기를 안 쓴 건, 분량에 맞추다 보니 제 자랑이 빠지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글샘: 간략하게 쓰더라도 어머니 역할도 언급해 주고, 왜 근처에 있는 유치원이 제2의 가정이었는지 이유를 잘 설명해주면 ‘성장환경과 삶에 미친 영향’ 부분은 무난할 것 같구나.

    세린: 휴~ 다행이네요. 그런데 자기주도학습 경험과 과정을 쓰라는 항목은 제대로 작성됐는지 모르겠네요. ‘방과후학교 소감문 대회’에서 교내 최우수상을 받았던 글을 정리한 것이거든요.

    글샘: 내가 보기엔 그 내용을 가장 잘 썼어. 대부분 수험생들이 자기주도학습에 대해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데 비하면, 세린이의 글은 왜 그렇게 공부해야 했는지 잘 드러나 있어. 고교 2학년 때 가정형편 때문에 학원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사연, 집에 부담 주기 싫어 석식을 먹지 않고 그 돈으로 학교에서 하는 ‘사교육 절감형 방과후 프로그램’ 수업을 신청한 대목에선 눈시울이 시큰했어. 또한 성적이 뒤처진 영어를 방과후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반복 학습하고, 기말고사에서 처음으로 6등급에서 벗어나는 결실을 맺었다고 쓴 부분은 가슴에 와 닿았어. 이렇게 자기주도학습 과정과 효과를 생생하게 적은 자기소개서는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거든.

    세린: 어머나, 내신 등급을 여기서 얘기하면 어떡해요. 제 성적이 신문에 공개되잖아요. 다른 과목 성적은 그런대로 무난하게 나온단 말이에요.

    글샘: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란 게 중요하지. 자기소개서는 솔직하게 쓸 때만이 심사위원들이 그 진정성을 알아주니까 말이야.

    세린: 그런가요? 사실 자기주도학습 부분을 쓰기 전에 많이 당황했어요. 그래서 일단 제 스스로 공부한 것 중에 생각나는 부분을 적은 것이에요. 글샘이 잘 썼다고 하니까 이제 자신감이 생기네요.

    글샘: 아, 그리고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에 대한 부분은 좀 더 구체적으로 써야겠더라. 고1 학교축제 준비 과정에서 가게 부스 모양 때문에 친구들과 갈등이 있었다고만 썼지. 이 부분에선 세린이는 어떤 모양을 제안했는데, 친구들은 어떤 모양을 제안해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았고, 최종 조율 과정에서 어떤 모양으로 의견을 모아 가게가 완성되었는지를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떤 음식이나 물건을 팔기로 논의한 과정도 있으면 좋겠고. 그렇게 하면 뒷부분에 써놓은 ‘수익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논의해 이웃돕기로 나눔의 기쁨을 맛보았다’는 대목과 잘 연계된 글이 될 거야.

    세린: 지원동기와 지원한 분야를 위해 어떤 노력과 준비를 해왔는지, 교내 활동 중 가장 의미 있었다고 생각되는 활동에 대해 쓴 부분은 어떤가요?

    글샘: 지원 동기가 성장환경에 썼던 내용과 중복되는 게 많아. 그 부분만 조금 걸러내 정리하면 될 것 같아. 진로를 염두에 두고 미술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 점과, ‘또래 상담부’라는 동아리에 가입해 친구들을 대상으로 고민 해결을 도와주고 있는 대목을 의미 있는 활동으로 덧붙인 건 잘한 것 같아.

    세린: 입학 후 학업 계획과 향후 진로 계획에 대한 항목은 아주 많이 허술하게 썼죠?

    글샘: 아니, 잘 썼던데. 특히 대학 합격 직후부터 세린이가 마음먹고 배우겠다는 종목(?)은 아주 눈길을 끌더라. 다른 수험생들이 이 내용을 베낄까 싶어 이곳 논술탐험에서는 공개할 수는 없지만 말이야. 다만, 대학 졸업 후 진로(직업)를 두 가지로 썼던데, 한 가지 목표로 정해 신념이 확고한 학생으로 인정받는 게 바람직할 것 같구나.

    세린: 고맙습니다. 제가 다시 한 번 다듬어 수정하면 자기소개서 내용이 탄탄해질 것 같아요. 뭔가 와닿는 느낌이 들도록 완성할게요.

    글샘: 그나저나 세린이가 수시모집에 지원할 대학 학과는 학생부 60%에 서류 40%(자소서, 창의적체험활동 등)라던데, 내신성적이 조금 낮은 편이라 어떡하지. 자기소개서는 잘 썼는데도 학생부 성적에서 밀릴까 봐 걱정되거든.

    세린: 괜찮아요. 제가 가고 싶은 학과니까, 자기소개서 하나라도 최선을 다해 써서 도전하는 것이잖아요. 오늘같이 더운 날에 제게 도움 주러 찾아오신 글샘께 이왕이면 합격이라는 멋진 선물로 보답하고 싶어요.

    글샘: 자기소개서 조언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부담은 갖지 말았으면 좋겠어. 아무튼 좋은 결과를 기대할게.

    편집부장 s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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