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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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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109) ‘편지 메일’로 글쓰기 접목하기(하)

‘사랑 한 스푼’ 담은 글에 ‘공감 두 스푼’ 더하라

  • 기사입력 : 2013-02-2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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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금요일 신문제작을 마치고 논술탐험 원고를 마무리하고 있는데 카카오톡이 울렸어요. 소식 뜸하던 친구가 어디에선가 퍼온 동영상을 보낸 겁니다. <살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 글이 색소폰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더군요. 다 듣고 나니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논술탐험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쓰기로 했습니다. 메일을 활용한 글쓰기 글감에 제가 공감한 사례를 넣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요.


    글짱: 어떤 내용이길래 글샘의 마음이 짠해졌나요?

    글샘: 먼저 내 친구가 카톡으로 보내온 2분42초짜리 영상에 담긴 글을 소개할게.



    살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별 소식이 없는 듯 이리 살아도/ 마음 한편엔 보고픈 그리움 두어/ 보고 싶을 때면 살며시 꺼내보는/ 사진첩의 얼굴처럼 반가운 사람/ 그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참 동안 뜨음하여 그립다 싶으면/ 잘 지내느냐고 이메일이라도 띄워 안부라도 물어보고 싶어지는/ 풋풋한 기억 속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면서 왠지 붙잡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만 잊은 듯하여도/ 문뜩 문뜩 생각에 설렘도 일어/ 그렇듯 애틋한 관계는 아닐지라도/ 막연한 그리움 하나쯤은 가슴에 심어두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다 소식이 궁금해지면/ 잘 있는 거냐고, 잘 사는 거냐고/ 휴대폰 속에 젖은 목소리라도 살포시 듣고 싶어지는 사람/ 그 사람이 정말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 한 스푼 그리움 한 스푼’에서)



    글짱: 혹시 첫사랑의 여인이 보내온 글은 아니겠죠? 제겐 그다지 확 다가오는 느낌은 없는데요.

    글샘: 아마 세대차 때문일거야. 인생의 반을 넘어선 나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에겐 느낌이 다르지. 내 친구는 작은 사업을 하는데 경기불황으로 최근 어려운 것 같아. 그런 사연을 알기에 이 글이 친구의 지금 심정을 말하는 듯해 짠해진 거야.

    글짱: 카톡에 답글을 남기거나 전화라도 해서 용기를 주셨을 것 같은데요.

    글샘: 위로한답시고 전화했다가 행여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할까 봐 카톡에 간단한 답글만 남겼단다. “풋풋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어. 늘 건강하게나”라고.

    글짱: 왜 이 글을 글쓰기 글감으로 소개하는 건가요?

    글샘: 이 글의 원작자가 누구인지는 나도 몰라.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찾기 어렵더구나. 아마 책이나 블로그에 실린 글이 아닐까 싶어. 그런 글을 누군가 동영상으로 만들었고, 그다음에 인터넷이나 카톡으로 퍼져 나간 거라고 생각하지. 동영상의 글감으로 활용한 뒤에 이 글이 더욱 알려지게 됐다고나 할까.

    글짱: 글쓰기 글감으로 활용하든지, 동영상 소재로 활용하든지 그 의미는 같다고 얘기하시는 거죠?

    글샘: 그렇지. 지금 나도 논술탐험 글감으로 활용하고 있는 거잖아. 신문을 읽는 독자들에게 사랑 한 스푼뿐 아니라 공감 두 스푼에 해당하는 글쓰기 정보를 주려고 말이야. 아 참, 이 영상 글에 흐르는 색소폰 음악 ‘동행’은 부모님과 들으면 세대공감을 할 수 있을 거야.

    글짱: 네.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이번 논술탐험 시간 땐 글쓰기 활용에 도움될 몇몇 ‘편지 메일’을 소개해 준다고 했잖아요.

    글샘: 편지형 메일 중에 읽을 만한 것으로는 ‘사랑밭 새벽편지’나 ‘아침을 여는 1분 독서’ 같은 게 있단다. 사랑밭 새벽편지 중에 ‘미필적 고의’란 글이 있었어. “미필적 고의는 범죄 발생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기의 행위가 어떤 범죄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운전을 할 때 과속을 하면 큰 사고가 날 가능성이 매우 큰 데도 계속 달리는 행위가 미필적 고의라 할 수 있다. 혹시 당신은 미필적 고의를 한 기억은 없는지요?”라는 내용이었지. 학생들에겐 사회시간에 배운 미필적 고의에 대한 학습과 함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게끔 하지. 이런 글 외에도 느낌이 와닿는 메일 글을 골라 학교 글쓰기 과제나 자유롭게 글을 쓸 때 활용하면 좋을 거야.

    글짱: 저 같은 고교생에겐 공부 때문에 일부러 시간 내어 글을 쓰기란 쉽지 않잖아요. 그냥 공감만 하고 넘어가도 될까요?

    글샘: 편지형 메일 글을 쓰는 사람들이 글감(소재)을 활용해 어떻게 메시지를 전하는지 눈여겨볼 필요는 있단다. ‘아침을 여는 1분 독서’는 경남대 평생교육원 박승원 행정지원팀장이 보내는 아침편지란다. 나도 만난 적이 있는데, 2008년 12월부터 매일 편지를 보내다가 지금은 주 3회 보낸다고 했어. 이렇게 보낸 편지를 글감 삼아 종이책 두 권과 전자책 두 권을 펴냈다고 얘기하더라. ‘오늘의 생각 주제를 정하라’라는 글을 예로 들게. “어제처럼 하루를 지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퇴근해서 밤에 잠드는…. 어제와 똑같은 날이 되지 않으려면 매일매일 옛 생각의 틀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유용한 방법 중의 하나가 ‘오늘의 생각 주제 정하기’입니다. 아침에 오늘의 생각 주제를 정하고 수첩에 적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합니다. 새로 떠오른 생각들을 수첩에 메모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그 수첩을 정리해 보면 생각대로 산 오늘임을 느끼게 됩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 아니라 진짜 오늘을 산 것입니다.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오늘입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까?” 어때? 글쓰기 공부에 도움될 만한 글을 메일로 보내준다는 걸 알 수 있겠지.

    글짱: 네. 멋진 글을 쓰고 싶지만 입시공부 때문에 제 마음처럼 안 되는 게 안타까워요.

    글샘: 누구나 마찬가지야. 나도 신문사 업무와 신문활용교육 강의 때문에 자유롭게 글을 쓸 시간이 부족하거든. 짧은 글이나마 적어 그동안 소식 전하지 못한 이들에게 보내야겠어. 이번에 받은 ‘살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영상 글을 첨부해서 말이야. 사진첩의 얼굴처럼 반가운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는 답장이 오면 더욱 흐뭇하겠지.

    편집부장 s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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