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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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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경남의 부동층 유권자 A씨의 갈등- 강정운(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획일적으로 편을 나누는데다 끌리는 후보 없어 마음 못 정해

  • 기사입력 : 2012-12-1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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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에 거주하는 A 씨는 한 회사의 관리직 부장이다. 자칭 중산층인 그는 평소 성실한 직장인이자 좋은 가장이며 모범시민이란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선거철인 요즘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면 뭔가 모르게 썰렁해지는 인간관계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 하는 후보를 칭찬하는 얘기는 하지 않고 반대 후보를 비난하는 데만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A 씨는 선거와 관련해 핏대를 올리는 사람들의 절심함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자신이 너무 개인과 가족의 행복에만 관심을 가진 이기적 인물이란 평판을 받을까 봐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A 씨는 이번 선거에서 뚜렷한 선호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부동층이라고 얘기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이 보수도 진보도 아니고 여도 야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연하긴 하나 스스로가 중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어떤 사안에는 보수적이고 또 다른 사안에는 진보적인 것이 현실인데 사람을 도매금으로 보수, 진보라고 획일적으로 편을 나누는 단순함도 불만스럽다.

    그의 눈에는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이 각자의 이해관계, 그중에서도 경제적 이해관계의 산물인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갈등도 소득 계층 간 이해관계 다툼인 것 같다. 경제민주화나 복지 공약도 자신의 삶에 현실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당장은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A 씨는 이번 선거에서 진지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후보 선택하기가 더 어려워짐을 느낀다. 그런데 사람들이 무엇을 근거로, 또 어떤 이해관계로 그렇게 분명하고 단호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주변 사람들이 전자제품 사는 것만큼 신중한 선택을 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사업상 이해관계 때문에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친구 K 사장의 입장은 그런대로 이해가 된다. 그러나 평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던 고향 친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너무 요란하게 설쳐대는 것을 보니 그 후보에 대한 호감이 사라져 버렸다.

    지역의 교수들이나 여론주도층을 자칭하는 사람들이 무슨 포럼이니 하는 선거운동 조직을 평소 준비도 없이 선거 직전에 갑자기 조직하는 것도 개인의 밥그릇 챙기기 같아 볼썽사납다.

    도지사 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경남에 거주하는 A 씨로서는 이번 선거가 더욱 혼란스럽다. 후보들이 도지사 후보인지 대선 도우미인지 정체성과 존재감이 모호하다. 왜 항상 선거에서는 참신한 인물들이 잘 나타나지 않는지 불만스럽기도 하다. 경남도청을 이전하고 통합창원시를 다시 분리하겠다는 후보들의 거창한 공약들을 보니 오히려 공약에 대한 신뢰감이 줄어든다. 그리고 이런 공약이 경남도민인 자신의 삶에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 언뜻 판단이 되지 않는다. A 씨가 보기엔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이든 도지사든 누가 당선되어도 자신의 삶이 눈에 뜨이게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면 뭔가 썰렁하게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마음에 더 걸린다. 경쟁자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여유로움과 지혜가 보이지 않는 선거 분위기 자체가 싫다.

    A 씨는 자기와 같은 부동층이 적대적 분위기의 선거에서 갈등과 충돌을 완화하는 완충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굴 찍든 곧 마음을 정할 작정이나 아직도 뚜렷하게 끌리는 후보가 없어 망설이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믿음이 가는 후보를 꼭 선택할 생각이지만 생각 없는 선택보다 불참이 오히려 소신 있는 행동이란 생각이 한편으로 들기도 한다. 그래도 투표하지 않으려니 공적인 일에 무책임한 사람 같아 투표는 하러 갈 생각이다. 그리고 A 씨를 포함한 부동층과 막판에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여론조사에서 답한 상당수 유권자들이 대세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하니 자신의 한 표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아 좀 뿌듯해진다.

    강정운(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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