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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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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논술수업] (27) 학급에서 독서 활동- 학교의 의미

“밥 먹으러 오는 거니, 친구 만나러 오는 거니?”
학교란 무엇인지 글을 써보며 학교생활 되돌아보는 기회로

  • 기사입력 : 2012-12-1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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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 월산중학교 2학년 3반 학생들이 쓴 글. /월산중 제공/


    교사 입장에서 지도하기 힘든 학생을 꼽으라면 의욕이 없는 학생이다. 자습을 지도해 보면 도무지 책을 펼 생각을 하지 않고, 책을 내놓았더라도 제대로 읽지 않는다. 수업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수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그냥 멍하니 앉아 있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학급당 한두 명은 되는 것 같다. 올해 우리 반에도 서너 명이 그렇다.

    “멍 때리지 말고, 공부하는 척하지 말고 제발 좀 제대로 해라”고 타이르고 야단도 쳐보지만 그때뿐이다. 그래서 이런 농담도 한다. “너희들이 학교 오는 이유는 밥 먹으러 오는 거지? 그다음에는 친구 땜에 오는 거고.” 그러면 맞다고 맞장구를 친다.

    지난 1학기 말에 우리 학교 교사독서모임에서 ‘교육 불가능의 시대’라는 책을 함께 읽었다. 우리 교육 현실의 속살을 가감 없이 드러낸 책이다. 공감하면서도 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속이 불편하기도 했다. 이 책 81쪽에는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들의 문제를 다루면서 이런 내용이 있다.

    <근본적으로 ‘공부 못하는 것’이 왜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가 되는지 살펴보지 않으면 문제의 원인은 학교가 아니라 학생에게 계속 환원된다. 학교는 공부하기 위해 가는 곳이지 공부 ‘잘하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친구를 사귀고, 서로 돕고, 함께 놀고, 생각을 나누고, 갈등하고, 화해하고’ 그렇게 학교는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의 학교는 그러한 중요한 기능을 거의 못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공부를 못하고 성적이 안 좋은 것이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만드는 중단 요인이 된다는 것 그 자체가 오늘날 학교의 위상과 성격이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중학교 2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은 학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특히 수업 시간에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학생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지난 10월 초에 ‘내게 학교란 무엇인가?’란 주제를 제시했다. 주제 선정 취지로 “하루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너희들 삶에서 학교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진다면 보다 나은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진로에 도움을 받으며 친구를 만나 사귀고 도덕과 예의를 배우며 즐겁기도 하다”면서 “이번 글쓰기로 지금까지 학교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학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교사에게 보여주는 글이라서 학생들이 내면을 다 드러내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아직 우리 반 아이들에게 학교라는 곳이 교육 불가능(?)한 곳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의 현실이 척박한 원인은 교육을 하고 있는 이 시대의 어른들 탓이 아니겠는가? 지금 대통령 선거철인데 교육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 듯하다. 가슴이 답답하고 어깨가 무겁다.

    다음은 학생들이 쓴 글의 일부분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글은 우리 반에서 학습 의욕이 없는 학생의 글이다.

    <나에게 학교란 삶을 살면서 중요한 것을 미리 배우는 곳인 것 같다. 삶을 살면서 인성이나 예의, 도덕성 같은 게 어떻게 보면 공부보다도 더 중요한 것인데 학교에서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선생님들께 꾸지람 듣고 혼나고 여러 가지를 배우고 친구들에게는 조언이나 충고를 받으면서 이런 것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나에게 학교란 즐거운 곳인 것 같다. 즐겁고 기쁘고 슬프고 짜증나고 힘든 것 등등 여러 가지 많지만 즐거운 일이 많아서 즐거움이라 썼다. 글을 쓰면서 진지하게 학교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좋았다.>

    <나는 학교가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학교가 좋을 때는 학교에서 행사를 할 때이다. 특별한 날에는 학교에 가고 싶다. 안 좋을 때는 시험 기간이거나 통지표가 나올 때이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 학교는 친구들이랑 사귀고 놀 수 있어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만약 학교에 안 다닌다면 친구도 못 사귀고 공부도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8년이나 다녔지만 그냥 공부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지 이런 추상적인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차근차근 학교 생활을 되돌아보며 쓰려고 한다. 학교에 오면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대부분 공부라고 하겠지만 그렇다면 왜 굳이 힘들게 학교까지 와서 여러 명이 모여 수업을 할까. 여러 명이 모여 수업을 듣고 어울려 놀면서 생활할 때 지켜야 할 점, 어떻게 함께하는지 등을 배운다. 이때 배우고 익힌 것을 바탕으로 사회에 나가 생활하게 된다. 따라서 학교는 단순히 학문을 배우는 것 외에 단체 생활과 사회생활을 준비하고 간접 체험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나한테 학교란 초등학교 때에는 그저 놀러가거나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기껏해야 예절을 배우는 곳에 지나지 않았다. 그때는 정말 학교 가기 싫었다. 아무리 엄마가 가라고 해도 한 번씩 가지 않았다. 초등학생 때의 학교란 그저 감옥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학교 생활은 재미가 난다. 하고 싶은 동아리 활동으로 흥미 있는 취미 생활도 한다. 초등학교 때는 담임선생님이 모든 과목을 다 하셨지만 중학교는 과목마다 선생님이 다르니까 다양한 방법을 알게 되어 기쁘다.>

    배종용(김해 월산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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