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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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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밀양 천황산·재약산 억새평원

은빛 물결 헤치고, 가을 깊이 들어가는 길
얼음골 케이블카에 몸을 실으니
천황산 능선으로 단숨에 올라선다

  • 기사입력 : 2012-11-0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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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에서 내려 천황산 정상으로 가는 길. 나무 데크로 조성돼 있다./밀양시 제공/
    얼음골 케이블카.




    가을빛을 받은 곱게 물든 밀양, 그 아름다운 모습이 많은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와 잘 뚫린 국도 24호선을 달리면 도로변에 빨갛게 익은 얼음골 사과와 단장 대추가 시선을 잡고, 달콤한 향기가 전해진다. 사과를 권하는 할머니 모습이 정겹다. 밀양의 가을은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가는 곳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밀양 시내에서 언양 방향으로 이어지는 24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사방이 산으로 둘러져 있다. 산내면은 ‘산의 안쪽’을 일컫는다. 치솟은 산과 산의 틈으로 국도가 흘러간다.

    밀양의 3대 신비 중의 하나인 얼음골.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신비로운 이곳은 여름철 더위를 식히려는 피서객 외에도 가을 등산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지난달 개통한 얼음골 케이블카는 주말에는 25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산내면 삼양리 구연마을에서 진참골 계곡까지 연결된 케이블카는 총길이 1751m로 왕복식 케이블카로는 국내 최장 거리이다. 상부 승강장은 해발 1020m의 고지에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발아래에 밀양 8경 중의 하나인 ‘호박소’가 있다. 맞은편에는 바위들의 형상이 흰 구름 같다 해 이름 붙여진 백운산(白雲山)이 있다.

    얼음골 케이블카는 여느 케이블카처럼 고도를 오르며 경치를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천황산 능선 위에 올라설 수 있도록 해 준다. 케이블카를 탄 보람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해발 1020m 능선으로 단숨에 올라서 마주하는 초가을 ‘영남 알프스’ 산군(山群)들이 더없이 아름답다. 얼음골 케이블카는 얼음골 주변을 사계절 관광지로 바꿔 줄 밀양의 대표 관광자원의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상부 승강장에서 천황산 정상(사자봉)까지는 30여 분이 걸린다.

    천황산의 정상과 겹쳐진 영남알프스 중의 하나인 재약산 정상 수미봉은 해발 1189m이다. 재약(載藥)은 신라 흥덕왕이 지은 이름이라고 전해 온다. 왕자가 병을 얻어 전국의 명산 약수를 찾아 헤매다 여기서 약수를 마시고 병이 낫게 되자 아버지 흥덕왕이 직접 이름을 내렸다는 등 여러 설이 있다. 능선에서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의 산내면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나무 데크를 딛고 오르면 곧 터널처럼 깊은 숲길을 만나고, 제법 긴 능선을 따라가면 낮은 키의 관목과 억새가 펼쳐진 평원이 나타난다. 사자봉과 수미봉을 잇는 낮은 목의 억새 평원 ‘사자평’이다. 억새 바다를 이루고 있어 바람에 억새가 몸을 누이며 나부끼는 모습이 장관이다. 사자평 한쪽에는 산을 타고 넘는 구름이 내려놓은 습기로 만들어진 거대한 습지도 형성되어 있다. 산들늪은 해발 700m에 있어 구름이 늘 머물며 물기를 뿌리고, 늪 주변이 광활한 평원이다. 재약산 수미봉 아래 사자평 동남쪽에 있으며, 2006년 고산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영남 알프스’란 이름이 붙여진 것은 아마 산정에 펼쳐진 넓은 초지의 목장과 풀을 뜯는 소의 이국적인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뒤쪽으로 가지산과 능동산, 백운산, 운문산, 억산이 우뚝 솟아 있고, 전면으로는 270도로 시야가 펼쳐진다. 그 시선 안으로 첩첩의 산이 그려내는 선들이 끝도 없다. 간월산, 신불산, 영취산 등. 해발 1000m를 오르내리는 산들이 마치 둥글게 친 병풍과도 같다. 이 전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아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산내면 얼음골 사과는 전국에서 당도가 높기로 이름난 명품이다. 산내면에는 사과 재배농가 900여 가구가 집중돼 있다. 산내면이 해발 400m에 있는 고산지대인 데다, 연평균 기온 일교차가 13도로 크고 일조시간도 다른 사과 생산지보다 30분~1시간이나 더 긴 천혜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매년 11월이면 밀양 얼음골 사과축제가 열린다. 올해 열다섯 번째로 개최되는 얼음골 사과축제는 11월 3~4일 얼음골주차장 일원에서 사과 품평회, 시식회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과즙이 풍부하고 단맛이 국내 최고 수준이다. 황금명품 얼음골 사과를 맛보고, 사과 따기 체험도 즐길 수 있는 멋진 가을 나들이를 한번 나서 보면 어떨까 싶다.

    고비룡 기자 gobl@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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