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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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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아버지와 지붕- 황화철(창원문성대학 경상학부장)

풍수에선 지붕이 부실하면 가장의 위치가 미약하고 존재감 적어

  • 기사입력 : 2012-10-2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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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따이한’이라는 단어가 있다. 라이(Lai)는 ‘오다’의 의미를 가진 한자 ‘래(來)’의 베트남어로 경멸조로 혼혈을 부를 때 사용하며, ‘대한(大韓)’을 표기한 ‘DAIHAN’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과 한국인을 의미한다. 즉, 라이따이한은 ‘한국에서 온’, ‘한국인과의 혼혈인’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1992년 12월 두 나라가 수교를 맺은 이후 반쪽 혈육에 관한 소식이 라이따이한이란 이름과 함께 국내에 전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얼굴조차 모르던 아버지가 찾아와 아들을 부둥켜안았다는 소식도 간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뿐 그들의 현실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라이따이한들은 아버지를 애타게 찾고 있는 반면, 아버지들은 모두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타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풍수에서 건물 지붕은 아버지를 의미하고, 벽은 자녀를, 그리고 바닥은 어머니를 의미한다. 따라서 건물의 지붕은 아버지를 의미하므로 형태가 매우 중요하다. 지붕이 웅장하고 잘 발달된 건물은 구성원들의 위계질서가 잘 서 있고 가장의 권위가 서 있다. 그리고 지붕이 부실한 경우에는 가장의 위치가 미약하며 구성원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있다. 근년에 들어 우리나라의 주거환경을 보면 단독주택이라도 슬래브 지붕이 많고 도시의 경우 대부분 아파트 생활이 많다. 아파트를 보면 벽과 바닥만 있을 뿐이다. 아예 지붕이라곤 없다. 따라서 집안에서 어머니가 모든 실권을 다 잡고 있고 자녀는 마치 공주 왕자처럼 대접을 받는다. 반면에 옛날처럼 아버지의 위치가 가장의 위치가 아니라 집안의 존재감마저 느끼지 못하는 세태가 되었다. 지붕이 없는 집에서 사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지붕은 건물 기운이 모여 있는 곳이므로 지붕 형태에 따라 건물의 기운도 달라진다. 좋은 지붕이란 건물의 중심에 기운이 모이는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원형 돔 지붕이나 피라미드형 지붕이 이에 속한다. 한옥 기와집은 긴 용마루를 갖고 있으며 지붕 중심은 낮고 좌우는 높이 솟아 있다. 이렇게 용마루가 긴 건물은 기운이 중심에 모이지 않고 좌우로 분산되어 흉가이다. 연립주택, 초등학교·아파트 등 용마루가 긴 지붕이 있는 건물은 기운이 중심에 모이지 않고 좌우로 분산되므로 생기가 부족하여 좋지 않다.

    산이 많은 지역에서는 건물이 산과 닮아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는 것이 좋다. 산의 형태를 축소한 것이 지붕의 형태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데 산의 형태 중에서 주인격 산, 강체·중체 산은 명당을 이룬다. 그러나 보조격 산과 약체·병체 산은 중심에 기운이 모이지 않아 명당을 이루지 못한다. 지붕 형태에 대한 분석은 산의 형태에 대한 이론을 적용하여야만 가능하며 산의 형태를 오행으로 구분하듯이 지붕 형태도 오행으로 구분한다.

    일본식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목산형 지붕은 목의 기운과 같이 기운이 수직 상승하여 중심에 집중되는 명당 형태이다. 화산형 지붕은 불을 상징하는 만큼 이런 지붕은 기운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공격적인 기운이 강하며, 기독교 계통의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이다. 토산형 지붕은 지붕면이 위로 갈수록 좁아지면서 평면은 사각형을 이룬 형태이다. 안정감을 주며 현대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돔과 같은 원형 지붕은 금산형 지붕으로 가장 이상적인 지붕 형태이다. 중심에 기운을 집중시키는 힘이 강해 사람들을 단결시킨다. 이슬람 건물과 로마 베드로 성당이 이에 속하며 우리나라 초가지붕도 금산 지붕에 속하는 최고의 명당 형태이다. 수산형 지붕은 차분하고 안정되어 평화로운 분위기를 이루고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기운이 좌우로 분산되어 중심에 모이는 힘이 없다. 용마루 중심 부분이 아래로 처져 있는 한국의 전통 기와지붕은 대표적 흉가 형태이다.

    황화철(창원문성대학 경상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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