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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지사 출마설’ 홍준표 전 대표가 해명해야 할 것…- 박현오(논설실장)

남강댐 물 부산공급 반대하는 경남도민 왜 타박했나

  • 기사입력 : 2012-09-0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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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출마설이 나오는 새누리당 홍준표 전 대표가 오는 10일부터 도내 18개 시·군을 돌며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다. 그러면 홍 전 대표는 무슨 인연으로, 무슨 자격으로 경남의 도백이 되려고 하는가. 홍 전 대표의 고향은 창녕 남지다. 남지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대구로 전학, 신천초 2학년, 신암초 3학년을 다녔고, 이후 다시 창녕으로 와 창녕초 4학년, 5~6학년은 합천 학남초등학교를 다녔다. 중·고교는 대구 영남중·고교를 졸업했고, 대학시절에는 울산에 살기도 했다.

    홍 전 대표가 경남사람이 맞기는 맞다. 하지만 올해로 58세인 홍 전 대표는 경남을 그렇게 마음에 새기며 살지는 않았다는 전언이다. 2009년 3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선출돼 창녕을 찾았을 당시 “고향 떠난 지 50년”이라고 말했다. 말 뜻을 풀이해 보면 너무 인연을 강조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날의 방문도 선산 성묘차 찾았다 들른 형식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화왕산 태우기 참사 보고에 이어 국비지원 요청을 받고 “지역구 의원(조해진)에게 말해보고 (국비지원금) 적으면 나에게 얘기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대구에서는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구시청에서 열린 ‘대구 취수원 이전’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대구는 나를 키워 준 도시이고, 이곳에서 초·중·고를 다녔다”면서 “10년 만에 여당이 된 만큼 나를 키워준 고향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어지간하면 고향, 경남에 대한 향수가 많다거나 경남을 위한 일은 모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돕겠다고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원내대표 시절 최고위원회에서 경남-부산 물 문제 갈등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분명히 밝혀야 할 부분이다. 당시 홍 전 대표는 “어떻게 대한민국 민심이 물 가지고 이렇게 야박하게 됐는지 참 안타까운 얘기”라며 남강댐 물의 부산 공급에 반대하는 경남도민을 타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의 도중 ‘낙동강 원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안홍준 의원에게 “그만하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단다. 서울의 시각이라고 해야 할지, 중앙의 시각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경남의 정서 파악이 안 됐던 것 같다.

    훗날의 일을 예견할 수는 없지만, 항상 정치인은 신중해야 한다. 홍 전 대표는 검사 출신이다. 예사 검사가 아니다.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해 박철언 씨 등 6공 권력 실세들을 구속 기소한 속칭 ‘모래시계’ 검사 출신이다. 예사롭지 않게 기가 센 인물로, 그의 언변은 거침이 없다. 대담 프로나 인터뷰 등을 통해 보면 자신의 의중을 다 드러낸다. 불의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인물이다. 또 홍 전 대표를 두고 “버럭 화를 내며 소위 ‘불뚝 성질’은 있지만 뒤끝이 없는 데다 서민의 어려움을 아는 전형적인 시골 사람 스타일”이라며 후한 점수를 주는 사람도 많다.

    그의 됨됨이를 떠나 적어도 경남의 도백이 되고자 한다면 이참에 경남의 이해와 상충되는 문제에 대한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 ‘대한민국 민심’을 들먹였다고 하는데, 물 싸움은 예전부터 만만찮은 싸움이다. 천수답이 많았던 시절의 우리 조상들은 물론, 살림이 넉넉지 못한 20~30년 전만 해도 가뭄이 드는 해에는 물을 두고 싸움이 벌어졌다. 타들어 가는 논에 한 방울의 물이라도 더 담아 보려는 농민들 간의 물싸움은 전쟁, 그 자체였다. 가벼이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홍 전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후보를 도와 대선에서 승리하고 도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해야 하기 때문에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며 “경남지역 민심 탐방 이후 지사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경남은 이제 일방적인 새누리당의 정서가 있는 곳이 아니다. 지난 도지사 선거에서 이 지역 출신의 새누리당 후보가 낙선했던 곳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박현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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