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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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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72) 황강 20 합천군 대양면

조선 인조 때 지은 고가엔 조상의 얼이 묻어나고…

  • 기사입력 : 2012-06-2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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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인조 때 건립된 경남문화재 제192호 대목리 심씨고가.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사랑채를 볼 수 있다.
    심자광의 살림집인 심씨고가.
    연꽃인연찻집.
    삼가현 관아의 기양루.
    기양루를 받치고 있는 원숭이 조각.


    6월의 따가운 햇볕이 내리던 날 짙은 신록이 우거진 산과 들판의 행복한 어울림이 있는 길을 따라 합천으로 향했다.

    들판에는 잘 익은 싱그러운 수박들이 탐스럽게 뒹굴고 있었고, 우박을 뿌려놓은 듯 작은 하얀 알갱이들이 점점이 수놓고 있는 메밀꽃들의 향연도 가득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것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생각해 보는 성찰의 기회를 가져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데 있다. 즉 낯선 곳에서 또 다른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여행은 차량을 이용하기도 하고 새로운 여행의 방법이 된 걷기도 있다. 걷는 여행의 시작은, 스페인 산티아고의 현대와 옛날이 혼재되어 신구의 조화가 잘 이뤄진 것을 보고 벤치마킹한 제주 올레길이다. 이제는 둘레길, 산길, 오솔길, 논길, 마을길, 마실길, 바람길, 벼랑길, 숲길 등 이름조차 생소한 걷는 길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걷는 길을 만드는 이유는 사람들을 유치해 지역의 지속가능한 경제적 가치를 얻고자 하는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중장비를 이용하여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고 자연의 길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과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길인지는 의문을 갖는다.

    아름다운 자연은 자연 그대로 보존하고 이용하며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삼가면 소재지·연꽃인연찻집>

    합천군 삼가면으로 가는 국도33번 길에는 가로수로 심어 놓은 울창한 은행나무 잎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잠시 눈을 돌려 계절마다 변하던 들판을 바라보던 이 길도 빠른 것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새로운 국도가 개통되면 없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합천군 삼가면 소재지 식당들이 몰려있는 인근에는 오래된 재래시장이 있다.

    재래시장은 도회지 생활에 지친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고향 같은 곳이다. 장에 들어서면 사람들과 상인들로 북적거리고, 집 앞 텃밭에서 수확한 듯한 채소들을 내놓고 파는 노인들부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재래시장을 만나면 작은 오두막 텃밭에 심을 모종도 사고 고소한 냄새를 내며 기계에서 흘러내리는 참기름, 들기름과 군것질거리를 구입한다. 답사 여행길에 재래시장을 만나면 자동차 짐칸은 항상 풍성함으로 가득하다.

    발걸음을 옮겨 삼가 기양루를 다시 찾았다. 부근 게이트볼 경기를 한창 하던 박노진(77) 씨에게 삼가현 관아의 문루로 알려져 있는 기양루와 삼가현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그러나 기양루를 제외하고는 관아의 흔적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던 공적비를 노인회관 옆에 시멘트 담장을 쌓고 3열 종대로 모아놓았다고 해서 찾아보았다. 계단으로 기양루 2층에 오르면 제방이 앞을 가려 유유히 흐르는 양천강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기양루를 받치고 있는 대들보에 걸려있는 황룡과 청룡 조각이 용맹스럽고 특히 대들보를 받치고 있는 청·황의 원숭이 조각은 도목수의 장난기 서린 해학이 있어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웃음이 배어 나온다.

    양천강을 건너 삼가향교로 가는 길목 언덕에는 깔끔한 한옥들이 몇 채 줄지어 서 있다. 예전에는 식당과 숙박도 겸했는데 지금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연꽃인연찻집이다.

    대문에서 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면 양천강과 삼가들판이 영화관의 화면처럼 점점 커지며 다가오고 계절 따라 피는 꽃들이 곳곳에서 반겨준다. 연꽃인연찻집은 박상언(49)·임은주(47) 씨 부부가 자신이 태어난 고향집 뒤편에 손수 터를 잡고 가꾼 삶의 공간이다. 넓은 집 곳곳에 꾸며진 작은 정원과 집은 손수 설계를 하고 담장을 쌓았다고 했다.

    찻집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매화와 앵두가 꽃을 버리고 열매를 맺고 있었고 금강초롱이 화려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마음 산책공간은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이해하고 문제를 극복하여 행복한 삶을 찾아내는 곳이라고 주인이 일러줬다.

    장독대에서는 안주인의 정성이 가득한 효소들이 익어 가고 있었으며 효소가 배어 나오는 틈에서는 벌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울엄마 텃밭이라고 안내판이 붙은 밭에서는 싱싱한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고 찻집에 앉아 창문을 여니 대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청신한 바람이 자연의 행복한 어울림을 가득 담고 왔다.


    <대목리 심씨고가·합천댐 가는 길>

    삼가면 소재지에서 사람들로 북적이는 합천황토 한우 식당촌을 벗어나 국도 33번으로 접어들어 합천읍 방향으로 향했다. 신록이 우거진 자연을 보며 창문을 열어도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계절이 여름으로 달리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대병면 사무소에서 대목리 심씨고가를 찾아가는 길을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입력을 해도 엉뚱한 방향을 가리켰다.

    작은 하천 대목교 부근에서 낚시를 다녀오는 아이들에게 길을 물었더니 들판을 건너는 농로를 가르쳐 주었다. 제방에서 농로로 내려가다 그만 자동차가 도로를 이탈하여 오른쪽 바퀴 2개가 길옆에 빠져 전복될 뻔했다.

    항상 야무지게 운전을 한다고 했는데도 사고는 순간적이었다. 안전띠를 매고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출동한 견인차 기사는 차량을 끌어올릴 수 없다고 성의 없이 가버렸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들판 가운데서 별다른 대책 없이 있는데 합천신문의 이광탁 수석기자가 사고현장을 지나다 자신의 일처럼 이곳저곳 수소문하여 도움을 주었다.

    누군가 신고를 해서 현장까지 출동을 하여 안부를 물어 준 합천소방서 119구조대 이승민, 왕화종 대원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차량을 무사히 견인해 줬던 분은 굳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원하지 않아 그냥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대목리 심씨고가는 대목교를 지나 200m쯤 떨어진 사고현장과 다른 방향에 있었다. 작은 이정표라도 있으면 문화재를 찾는 수고가 줄어들 것이다. 조상의 얼이 담겨 있는 문화유산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문화유산을 가꾸고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우리들이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이정표라도 세워주는 것인 순서이다. 경남문화재자료 제192호로 심자광의 살림집이다. 그는 조선 선조 25년(1592)에 태어나 1625년에 무과에 합격하여 여러 관직에 있었다. 고가는 크고 화려하지는 않은데 안채, 사랑채, 행랑채, 곳간채, 방앗간 등이 남아 있다. 몸채는 앞면 5칸·옆면 2칸 규모이고 사랑채는 앞면 5칸·옆면 2칸 규모이다. 조선 인조 12년(1634)에 건물을 지었다고 하며 특이한 구성을 하고 있는 가옥이다. 대문이 담장 안쪽으로 깊숙한 곳에 진입방향과 다르게 자리 잡고 있었다.

    폐쇄적인 높이의 담장은 아니지만 동선의 흐름이 특이하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사랑채가 보이며 사랑채의 전면부에 담장이 열려진 부분이 있는데 근래에 담장을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 대문채에서 들어오자마자 왼쪽 방향으로 회전하여 다시 계단을 오르고 담장을 따라가는 길이 나오는데 대문채와 같은 방향을 한 중문채가 있다.

    사랑채 마루에 앉아서 보면 고가의 진입에서부터 안마당까지 이르는 동선이 마치 출입하는 사람을 사랑채에서 모두 살필 수 있도록 보였다. 세월의 흐름을 안고 있는 건물 안채로 들어서니 인기척에 안방에 있던 할머니께서 문을 열어 보았다.

    발길은 이제 합천댐으로 향했다. 황강을 막은 대병면 합천댐 가는 길 작은 들판 곳곳에서 양파 수확이 한창이었다. 잠시 걸음을 멈춘 가회면 장대리 유만수(76) 씨 논에서도 벼를 심어야 한다며 양파 수확이 한창이었다. 양파 한 자루를 2만 원에 구입했더니 올해는 풍년이라며 덤으로 담아주는 농촌 인심은 행복한 마음을 가득 채워줬다.

    ☞ 찻집

    ▲연꽃인연찻집. ☎055)934-4488.016-814-0168. 합천군 삼가면 소오리 333.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작은 인연을 연꽃같이 피우고 있는 찻집이다. 장독대에서 발효되고 숙성된 산더덕차, 진달래와 산도라지차, 오미자차, 솔잎차 등 13가지의 엑기스 차. 주변에 핀 꽃과 잎으로 만든 국화차, 백련잎차, 목련꽃잎차 등 9가지 차가 있다.[마산제일고등학교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마산제일고등학교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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