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초저출산 시대의 그늘, ‘난임 부부’들의 절규

기사입력 : 2018-08-17 10:40:57

  • ▶우리 주변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을 겪을 정도로 난임은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난임 부부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난임 부부들이 겪는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금전적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저출산 시대의 그늘에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가 없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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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창원에 사는 김선희(35·가명)씨는 지난해 직장을 그만뒀다. 결혼을 한 지 3년이 넘도록 애가 들어서지 않아 마음먹고 임신을 준비해보기로 한 것이다. 일을 하며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를 다니기도 어려웠고, 임신을 해도 육아휴직을 쓰거나 계속 다닐 수도 없는 직장이라 차라리 그만두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계속 다니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난임 부부에게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검사부터 시작해 배란유도제 등 보존적인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자연임신을 시도하는 데 드는 비용이 한 달에 수십만원은 예사인 데다, 수백만원씩 들어간다는 난임 시술도 고려해야 할 형편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진료비를 낼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매월 초음파를 보며 난포가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고 배란일을 맞추는 데만 10만원 정도가 들어가고 있고, 배란유도제 등을 처방받으면 20~30만원도 들어갈 때도 있다”며 “병원에서는 난임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도 계속 임신이 안 돼 난임 시술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건강보험을 적용해도 한 차례 시술에 인공수정은 30만원, 체외수정은 100만원 정도는 기본적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애를 낳으면 출산장려금도 주고 아동수당도 준다지만, 난임 부부에 해당되는 지원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해에 사는 박주희(39·가명)씨는 8년 전 결혼을 한 이후 자궁외임신 등으로 6차례의 유산을 경험했다. 반복되는 유산에 나팔관 양쪽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 임신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체외수정 시술이 유일한데, 시술(신선배아 4차, 동결배아 5차)을 반복해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 그간 체외수정 시술 시 정부로부터 일부 지원금을 받아오다 지난해 10월부터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금전적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보험 적용 지원 시술 횟수가 제한되어 있는 탓에 더는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정부는 지난 2006년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을 도입한 이후 현재 만44세 이하 여성들에 한해 인공수정 3회, 체외수정 7회(신선배아 4회, 동결배아 3회) 등 총 10회까지 건강보험(본인 부담율 30%)을 적용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특성상 재원이 한정돼 있어 제한이 불가피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박씨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도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나 같은 경우 약이나 주사를 많이 써서 지원을 못 받으면 시술비로 800만원은 든다. 임신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가능성이 있어 포기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시술을 받으려 한다”며 “첫아이에 한해서만이라도 지원에 제한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씨는 난임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평상시 겪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도 털어놨다. 그는 “나 역시 경험해보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고통이다. 온몸에 주사를 맞거나 하는 것은 하나도 안 아픈데, 주변에서 무심코 하는 말들이 큰 아픔이 된다. ‘누구는 아기 낳았다더라’, ‘일부로 아기를 안 낳냐’, ‘시험관하면 다 아기 갖는 것 아니냐’는 영혼없는 말들”이라며, “주변 가까운 곳에도 난임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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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별 난임 진단자 증가추이: 2004-2016(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6년도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분석 및 평가’ 보고서)

    ◇‘아기를 낳지도 못하는 사회’
    난임의 고통은 비단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난임은 보통 부부가 1년 이상 피임을 하지 않고 성관계를 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보건복지부 등의 집계를 살펴보면, 지난 2004년 전국적으로 12만명 수준이던 난임 진단자 수는 10여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 지난 2016년에는 22만명을 넘었다. 이는 난임으로 진단을 받은 한 해 진료 실인원 수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않는 이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는 짐작도 어려운 현실이다.

    난임 진단을 받는 이들은 이처럼 병원 치료를 받으며 자연임신을 시도하거나, 보조생식술을 통해 인위적으로 임신을 유도하게 된다. 난임 시술은 남성의 정액을 채취해 운동성이 좋은 정자를 선별한 후 여성의 자궁 안에 넣어주는 ‘인공수정 시술’과 난자와 정액을 각각 채취하고 수정시켜 배아를 만든 후 여성의 자궁 안에 이식하는 ‘체외수정 시술(신선배아 및 동결배아)’ 등을 시행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수반할 만큼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난임 환자가 이렇게 급격히 늘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과거와 달리 남녀의 평균 결혼 연령대가 30대를 넘어간 데다, 늦은 임신 계획 등으로 여성의 임신 연령대가 점차 높아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나이가 들면 정자를 포함해 주로 난소의 노화가 진행되어 임신 성공률이 크게 떨어진다. 여성의 가임력은 20대 중반에 가장 높으며 35세가 되면 급격히 감소되기 시작해 40세 이상의 경우 약 5% 정도로 매우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 전반적으로 난임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나 국가적, 사회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였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 난임·우울증 상담센터장은 “난임 환자들을 만나보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이렇게 임신이 어려울 줄 몰랐다는 것이다.

    대부분 여성들이 가장 가임력이 좋은 20대가 지나 서른이 넘어 결혼을 하고, 형편이 나아지면 아기를 가진다고 피임도 하고 임신을 미루다가 30대 중반이 넘어 가임력이 급격히 떨어졌을 때 부랴부랴 병원을 찾는다. 진작 임신을 할 걸하고 후회를 하는데 제일 안타깝다”면서 “공부도 다 때가 있다고 말하듯 임신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등한시하는 게 지금 현실이다.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난임 관련 한 전문가는 “아기를 낳지도 않을 뿐더러 낳지도 못하는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론 출산과 관련 모든 비용은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수인 초음파 검사나 정액 검사, 난소 나이 검사 등이 모두 비급여로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데다, 난임 시술을 받는 데 드는 본인부담금 30% 등도 모두 출산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초저출산 문제가 국가적으로 해마다 더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임신하려고 마음먹거나 노력해보겠다는 것 자체를 기특하게 여겨야 한다”며 “현재 자연분만을 하면 진료비 본인부담금 전액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거나 출산진료비로 50만원을 지원하듯 누구나 경제적인 부담 없이 출산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이 필요하다. 난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정부의 저출산 정책 예산으로 충분히 현실성 있는 일이라고 본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관심이 절실한 때다”고 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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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외수정 시술비 지원 여성의 연령계층별 임신율 추이(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6년도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분석 및 평가’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