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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도 선진국에 살고 있는가
유현아       조회 : 2637  2020.06.22 22:24:04

투고인: 유현아 (연세대학교 환경과사회 연구팀-신소정, 유현아, 심지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인위생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첫 번째 대응지침으로 무엇보다 손 씻기의 생활화를 강조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도꼭지만 돌리면 투명하고 깨끗한 물이 나오는 환경에 살고 있다. 국내 상수도 보급률은 재작년 기준으로 98.4%에 달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손 씻기조차 쉽게 하기 힘든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수돗물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재화인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한 때이다. 그러나 깨끗한 물이 지금처럼 원활하게 공급된다고 해서 우리나라를 수도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들었을 때 너무 높은 수도요금에 놀랐다거나, 물이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에 단수사고가 일어나는 것처럼 물로 인한 불편을 겪은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상수도 시스템은 공공이 체감하는 것보다 더 큰 모순을 지니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현재 우리나라 수도 체계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수도 사업장에서 요금수입은 생산원가를 한참 밑돈다. 그러다보니 기존 시설을 운영하는 것도 빠듯한 실정이어서 만성적인 부채와 자금부족 문제를 안고 있다. 당연히 시설 개량을 위한 투자 또한 부족하여 시설의 노후화가 가속되고, 노후화로 인한 누수 손실로 원가는 계속 상승하게 되는 악순환이 고착화되는 것이다. 게다가 전기와 같이 전국적 통일체계를 갖추고 있는 다른 공공재와는 달리, 수돗물은 지역마다 다른 사업자들이 저마다 다른 운영체계로 공급하고 있다. 생산 과정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이 충분한데도 관리권한의 분산으로 인해 이를 적용할 수가 없어 원가 절감도 더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면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곳은 인구 밀집도가 낮아 대규모 정수시설이 불가능한 시, 군 지역과 신규 시설 건립이 드문 저개발 지역들이다. 물 복지의 불평등도 염려되는 심각한 사안인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뿌리가 되는 ‘높은 원가, 낮은 단가’의 해결을 위한 정책당국의 의지와 시민의 관심이 동시에 필요하다. 지역 수도사업의 책임자는 개별 수도사업소장이 아니라 공공을 책임지는 정책당국이다. 수도사업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예산 배정부터 투자재원과 전문 인력 보장까지 책임지는 의지가 필요하다. 주요 해외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지나치게 낮은 현행 공급 단가도 적정 수준으로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던 이유는 시민과의 쌍방향 소통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매달 내는 수도요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요금인상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를 정확히 전달받고 싶어 한다. 수도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적절한 정책을 적기에 시행하고 있는 지도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매 달 직접 전달받는 수도요금 고지서 어디에도 이러한 정보는 없으며, 평소 잘 들어가 보지 않는 관련 기관 홈페이지에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사후 공개하는 정도이다. 당연히 이는 수도사업에 대한 불신, 또는 무지와 무관심으로 이어져 정책당국이 시의적절한 계획을 세우고 수행할 유인을 없애버린다. 일방적이고 파급력 없는 단순 정보 공개가 아닌, 수도 공급자와 시민 간 정보와 피드백을 나눌 수 있는 소통 창구를 형성하는 과정이 절실하다. 1970년대와 80년대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우리나라 상수도 사업도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시기적으로 바로 지금이 동시다발적으로 매립된 노후 시설물 대체와 개량의 적기이다. 지금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적은 예산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에 천문학적인 국비가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악순환과 모순적인 운영체계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평가, 그리고 최적화된 투자 계획 없이 그저 오래된 시설물을 교체하려고만 하는 시도는 없어야 할 것이다. 모든 일의 민낯은 위기상황이 되어서야 드러나는 법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그 누구보다도 건실한 공공기반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믿었던 미국과 유럽 등 여러 선진국들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물문제도 마찬가지다. 당장 깨끗한 물이 콸콸 나온다고 해서 지하에 묻힌 수도관은 뒷전이다가 위기가 닥쳐서야 그 취약성을 깨닫는다면 이미 늦었다. 누구보다도 건실한 수도 시스템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믿었던 우리나라 수도사업의 민낯을 위기상황에 알게 되는 일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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